"의료단체와 전문과 학회를 만나면 제일 먼저 꺼내는 말이 수가 인상이다."
최근 만난 보건복지부 한 간부는 '수가'에 매몰된 의료계 현실에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언제부터인가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개원의단체, 전문과 학회 모두 기자간담회마다 건강보험 급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가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다.
진료실과 수술실, 검사실, 응급실 등 병의원에서 국민(환자) 건강을 위해 헌신하는 의사들이 건강보험 수가에 목을 매고 있는 셈이다.
소도시 동네 병의원부터 대도시 대학병원까지 의료생태계가 '수가'라는 늪에 빠진 형국이다.
건강보험 수가(medical insurance fee)는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이 의사(또는 약사)의 의료행위(조제)에 대해 제공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의과대학 교과 과정에도 없는 의료법과 건강보험법, 행위별수가, 포괄수가, 정액수가 등이 환자와 맞부딪치는 순간부터 의사들이 넘어야 할 장애물로 등장했다.
복지부는 의사들이 수가에 연연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의사 길들이기 학습 효과의 반증이다.
저수가 논의는 별개로 진료 량과 비례하는 행위별 수가의 특성상,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체계 유지를 위해 의약분업 이후 15년 동안 반복된 수가 인하와 수가 인상에 익숙해졌다는 의미다.
복지부가 수 년 전 야심차게 발표한 '의원은 외래, 병원은 입원'이라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정책은 실종된 지 오래다.
정권 창출을 위해 내건 보건의료 관련 공약과 국정과제는 수 조원을 투입하는 보장성 강화로 귀결되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재정 유지를 위한 정부의 장단에 맥없이 쓰러진 수가 희생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복지부 내부의 개선 움직임이다.
일방적인 수가 통제 방식으로 의료행위와 의료계를 조절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보험부서가 수가로 의료계를 몰고 갔다면, 앞으로 의료정책 부서가 국민과 의사들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수가가 뒤따라오는 방식으로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복지부의 실천의지이다.
장차관부터 실·국장, 과장까지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한다면 의료계와 갈등, 대립의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11만 의사가 복지부 보험급여과만 넋 놓고 바라보는 웃픈(웃기고 슬픈) 사태를 지속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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