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가입했던 의사들의 탈당 러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탈당 이후 마땅한 대안도 없다"며 비례대표 순위를 두고 정치역량 강화에 실패한 결과라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들의 더불어민주당 탈당 러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의료계는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의 국회 입성을 위해 전략적인 더불어민주당 당원 가입 운동을 펼친 바 있다.
실제로 강청희 상근부회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에 입후보 소식이 알려지자 불과 열흘만에 474명의 의사들이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보건의료분야 공약으로 '동네의원 살리기' 공약을 꺼내들 당시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을 찍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연했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 역시 "의협 강청희 부회장이 전통적으로 의사들의 정서와 가까운 보수여당이 아닌 더민주당에 출마선언을 했다"며 "그 이유는 원격의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실손보험청구주체이관 등의 주요 의료현안들이 모두 새누리당에 의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야당 스스로 재정절감을 통한 보장성 강화라는 기존 프레임 대신 적절한 보상기전 마련을 꺼내든 만큼 의사들이 묻지마 보수 중도를 버리고 '좌클릭'을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강청희 상근부회장의 비례대표 후보자 탈락에 이어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의 비례대표마저 당초 당선권과 달리 후순위에 배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의사협회와 약사회는 물론 치과협회, 간호사협회까지 일제히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의 비례대표 선정을 반대한 이후 김숙희 회장이 당선권과 다소 거리가 있는 19번을 배정받게 된 것이 논란의 시초.
비례대표 순위에 들지 못했던 유영진 전 부산시약사회장은 비례대표 순번 투표 결과 9위를 기록해 당선이 유력했던 김숙희 회장과 희비를 교환했다.
의사회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는 비례대표 순위 선정 결과를 보고 회원들이 분개하고 있다"며 "전략적으로 당원 가입 운동을 펼쳤지만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탈당 러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특별법에 힘을 쓴 강청희 부회장을 믿고 다수의 전공의가 당원에 가입했다가 벌써 수 십명이 탈당 신고서를 작성했다"며 "김숙희 회장의 순번 배정도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고 강조했다.
"의사-약사 대표의 순위 바뀜…이게 의사 파워의 현실"
한편 탈당 이후의 대안 마련에 대해선 자성론이 대두되고 있다. 야당에 올인했던 전략이 총선 이후 부메랑이 될 것이란 비판이다.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탈당은 '분풀이' 정도에 불과하다"며 "더민주당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게 의사들의 현재 심정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계속 이어질 정부, 여당의 원격의료, 규제기요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의료악법을 야당없이 어떻게 막아낼 것이냐"며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는 실리 챙기기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를 잘하는 조직일수록 올인보다는 보험을 들어놓는데 지금 의료계는 분위기에 휩쓸려 야당 올인의 성향을 보였다"며 "중도를 유지해야 하는 의협 집행부마저 더불어민주당에 비례대표 추천을 요청하는 우를 범했다"고 꼬집었다.
다른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비례대표 순위 발표에서 당초 당선권인 김숙희 회장이 당선권 밖으로, 후보자에 들지 못했던 유영진 전 부산시약사회장은 당선권 안으로 배치됐다"며 "이는 쉽게 말해 의사-약사 직역 대표를 맞바꾼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결과는 의사들이 힘을 결집하는 데 실패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며 "의사가 11만명이고 약사가 3만명에 불과한데 약사를 전략 배치한다는 건 의료계를 우습게 봤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이건 그만큼 의사들이 내부적인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외부로 역량 결집에 실패했다는 것이다"며 "의사 출신 비례대표 후보가 나올 때도 단합보다는 서로 반목하고 시기했던 게 바로 의료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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