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병·의원을 포함한 요양기관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큰 희생을 치렀다.
정부가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에 손실 보상액으로 25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의료기관에 제대로 보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손해를 봤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 공급자 단체장들의 상견례를 신호탄으로 시작되는 2016년 수가협상에서도 지난해 메르스 사태가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요양기관 중에서도 병원급 의료기관의 손해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만큼 수가협상에서도 메르스 사태가 병원급의 수가 인상 요인으로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미 대한병원협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 메르스 관련 병원급 의료기관의 직접적인 손실액 추계(감염병 관리기관 59개소, 메르스 피해병원 41개소 중 85개 기관 대상 60일 기준)액은 6767억원에 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수가협상에 참여하는 한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병원들이 메르스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것과 희생한 면도 없지 않다"며 "이에 따라 수가협상에서도 메르스 사태가 하나의 협상 카드로 충분히 작용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메르스 사태 해결에 병원급이 큰 희생을 치렀다는 점을 수치화해 제시해야 하지만, 명확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즉 메르스 사태에 대한 손해와 희생에 따른 보상을 수가인상으로 받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급 의료기관뿐 아니라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 경우도 메르스 사태를 수가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의협이 자체 진행한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전수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5·6·7월 3개월간 의원급의 전체 총 매출 감소액은 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의협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에 따른 손해액의 규모가 병원급 의료기관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큰 수가협상 카드로 활용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하지만 내과나 소아과 등의 경우는 메르스 사태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수가협상에서 의원급 의료기관도 언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수가협상 시 메르스 사태를 고려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견지했다.
이는 수가협상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2015년 '건강보험 주요통계' 상 의료기관의 진료비 증가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 주요통계 상 종합병원급 진료비는 18조 71억원, 병원급은 10조1567억원으로 각각 전년과 대비해 7.5%(16조7496억원)와 9.5%(9조2748억원) 늘어났다.
의원급의 경우도 16조5417억원으로 전년대비 5.8%(15조6330억원) 진료비가 증가했다.
즉,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지만 1년을 통틀어 봤을 때는 진료비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인해 상당수 병원들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도 많았으며, 이를 우려해 급여도 선지급 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진료비 증가율은 늘어났다"고 꼬집었다.
그는 "병원급 전체 진료비를 보면 의원급보다 1.5배 가까이 많았다"며 "실질적으로 메르스 사태는 7월 말부터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메르스 사태 이 후 병원을 가지 않았던 환자들이 종식 이 후 갔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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