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연말 장기 휴가제도가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제약사의 송년 풍경이 양극화되고 있다.
12월 마지막주를 휴가 일정으로 채우게 하거나 미사용 연차 휴가에 수당을 지급하는 제약사가 있는 반면 여전히 다수의 국내 제약사는 휴가 사용 장려는 커녕 연차수당도 '나 몰라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30일 다수의 제약사가 종무식을 갖고 올해 업무를 공식 종료했다.
올 하반기 제약·바이오 업종의 영업 이익 하락과 기술 수출 파기 소식, 강화된 CP 등이 내년도 전망을 어둡게 한 만큼 송년 분위기는 대체로 '우울'하다는 게 업계의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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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기 진작 차원에서 녹십자, LG생명과학, 삼진제약, 한화제약이 23일부터 연말휴가 제도 시행에 들어가면서 수혜를 입지 못한 제약사들의 볼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실적 악화에 시달린 A 제약사는 회식비 지원마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A 제약사 관계자는 "회사 실적이 어려워지면서 팀별 송년회는 자연스럽게 1차만 진행하는 분위기가 됐다"며 "회사에서 예산 절감을 진행하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달 1인당 2만원이었던 회식비가 1만원으로 줄어들었다"며 "이젠 돈을 모아 3달에 한 번 회식을 해야할 지경이 됐다"고 혀를 찼다.
미사용 연차 휴가에 대한 휴무 지정이나 연차수당은 그림의 떡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B 제약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휴가 사용 계획을 조사한다"며 "휴가 사용 계획을 보고받았고 장려도 한 만큼 휴가 미사용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팀내 업무량이나 스케쥴에 따르다 보면 실제로 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고 미사용 연차를 돈으로 보상해 주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상위 제약사에 속하는 C 제약사 역시 미사용 휴가 수당이 없기는 마찬가지.
C 제약사 관계자는 "휴가를 장려하고 일정도 조사한다"며 "눈치보지 말고 휴가를 쓰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제약사와 마찬가지로 미사용 휴가에 대한 수당은 없다"며 "올해 다른 제약사보다는 일찍 종무식을 갖게 된 걸로 만족하겠다"고 강조했다.
D 제약사 관계자는 "다른 제약사에선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미사용 휴가를 강제 지정 연차로 쉬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의 경우 강제 지정 연차는 커녕, 연차 수당 등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30일 단체연차를 사용한 E 제약사는 상대적으로 타 제약사의 부러움을 사는 케이스.
E 제약사 관계자는 "미사용 연차에 대해선 돈으로 보상해 주기 때문에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흥청망청 술을 마시는 송년회 대신 팀원 전체가 방탈출 카페에 다녀올 정도로 내부 분위기도 좋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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