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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종합예술 같은 곳, 구성원 하모니 중요"

박양명
발행날짜: 2017-04-10 05:00:56

정융기 울산대병원장 "인물보다 시스템, 본질적 가치 훼손하면 안 돼"

"현대사회는 인물 중심이 아니다. 시스템이 기반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리딩하는 게 대학병원의 역할이다."

울산대병원 정융기 원장(영상의학과)은 최근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남에서 대학병원의 역할을 이같이 말하며 울산대병원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정융기 병원장
"울산 유일 상급종병 사명감…응급실·중환자실"

지난 1월 취임한 정융기 원장은 병원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응급실, 중환자실 등 개편을 위해 병원을 증축하고 있다. 응급질환 관련 시설로 가득차게 될 병원 속의 병원을 구축한 것.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경증, 중증 구역 출입구를 따로 뒀다. 메르스 같은 감염질환이 유행하면 공간을 확실히 나눌 수 있게 된 것. 응급실 베드수는 늘리지 않고 병상 간격을 넓혔다.

중환자실도 기존 60베드에서 20베드를 더 늘렸다. 신생아 중환자실(30베드)도 만들었다. 중환자 베드가 110베드로 전체 병상의 10%가 넘는다.

정 원장은 "응급실이 병원 운영에 크게 도움되는 게 아니지만 민원이 특히 많은 곳"이라며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잘 돼 있고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내에서 중환자를 집중 관리할 수 있는 곳은 울산대병원이 유일하다 보니 전원환자도 증가할 것인데 베드수가 부족했다"며 "중환자실은 수가 보전이 충분치 않지만 터미널 병원으로서의 사명감으로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진료항목도 디테일하게 나눴다. 안과를 각막, 망막, 녹내장, 안성형, 사시 등으로 세분화했다. 신경외과도 파킨슨, 어지럼증, 수면, 뇌 간질, 말초신경계 등으로 구분했다.

권역심뇌혈관센터를 유치하는 것도 목표다.

정 원장은 "울산이 의료기관 접근성이 1위인데, 심뇌혈관 질환 사망률도 1위"라며 "부산과 울산을 아울러 동아대병원이 권역심뇌혈관센터로 지정돼 있는데 울산도 특히 필요하다. 이번에 증축한 건물 한층에 심뇌혈관치료를 위한 공간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소신, 적정진료 환경 제공이 목표"

응급과 중환자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하는 투자는 '가치경영'이라는 정 원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울산대병원은 2년 전 직원들의 투표로 핵심가치 6개를 선정했다. 우수성, 친절, 소통, 주인의식, 혁신, 표준이 그것이다.

정 원장은 "병원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다"며 "병원은 종합예술하는 것과 같다. 구성원이 협력해서 이익을 내고 운영해 나가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것은 줄이고,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면 안 된다"며 "가치를 훼손하는 사람과는 같이 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 보니 비용을 쫓게 만들 수 있는 각종 제도들이 울산대병원에는 없다. 우선 진료과별, 교수별 인센티브 제도가 없고, 학술활동비도 대학에서 지원해준다. 조교수 이상은 연구실도 제공하고 있다. 각 임상과들의 실적보고도 없다.

대형병원들이 앞다퉈 도입했던 로봇수술기기 다빈치를 불과 2년 전 들여온 것도 가치경영의 일환이다.

정 원장은 "다빈치의 유효성, 비용효과성이 증명된 비뇨기과 전립선 수술, 신장 수술이 대부분"이라며 "산부인과는 이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전 지원을 하는 순간 의료는 정도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소신, 적정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한다. 진료 경험에 가장 충실한 진료를 하는 게 의료진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대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오후로 나눠 10타임 동안 표준 진료량을 확인하는 스코어링 시스템은 확실히 한다"며 "진료시간은 환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꼭 지켜달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울산대병원은 3년마다 돌아오는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을 앞두고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신경을 쏟고 있다.

정 원장은 "지난 3년 동안 암 환자 입원은 조금 늘었지만 외래 환자는 크게 늘었다"며 "환자 입장에서 보면 입원보다는 통원치료가 더 편한데 정부가 입원 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이 중증도가 더 높다는 식의 평가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진료패턴을 바꾸면서까지 중증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융기 병원장은 "현재 수가는 더 큰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의미 있는 재투자를 하고 싶다. 개인의 역량보다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단단한 병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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