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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 모르템-죽음을 입증하라…진실을 밝히는 과학"

이창진
발행날짜: 2017-11-25 05:00:59

현장서울과학수사연구소 부검실 "부검의사 부족·처우 열악"

|현장|서울과학수사연구소 부검실을 가다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부검실 입구에 부착된 문구.
"PROBA MORTEM"(프로바 모르템, 죽음을 입증하라는 의미의 라틴어)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부검실 입구에 적혀 있는 문구이다.

서울과학수사연구소(소장 이한영)는 24일 대한법의학회(회장 최영식) 추계학술대회에서 학회에 참석한 법의학 전문가들과 의대생들에게 이례적으로 부검실을 공개했다.

실습생 참관실에서 내려다본 부검실 모습.
부검(autopsy)은 사인 병변 손상 등의 원인과 그 정도 등을 규명하기 위해 시체를 해부 검사하는 것으로 육안적 관찰과 현미경적 관찰에 의해 이뤄진다.

학술대회장을 찾은 기자에게 부검실 방문은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다.

부검실 실습생 참관실에 들어가자 법의학교실 교수들과 전문가들, 의대생 모두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검실 내부 부검대 모습.
유리벽 넘어 보이는 부검대를 근거리에서 본다는 생각에 참석자들은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박정우 보건연구관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날 이미 시체 15건 부검을 마친 상태로 부검대는 차갑지만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숨가쁜 시간을 보낸 부검의사들의 움직임이 그려졌다.

박정우 보건연구관은 "월요일 평균 시체 20건을 부검한다. 현 부검의사 인원수로는 벅찬 상황"이라면서 "참관실도 유병언 사건 이후 수사관들이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한 곳은 부검실.

부검실에는 7개의 부검대가 설치되어 있다.

법의학회에 참석한 법의학교실 교수와 전문가, 의대생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부검실을 탐방했다.
부검대 앞에는 기록할 수 있는 간이 책상과 수도시설, 각종 약품 등 과거 취재한 의과대학 카데바 해부 실습장을 연상해 했다.

특수부검실은 문이 닫힌 채 '부검중'이라는 불이 켜져 있어 참석자들의 긴장감을 더했다.

유족 대기실에 들어서니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밤낮 없이 노력하는 부검의사들의 노고와 신뢰를 유족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검중인 특수부검실과 유족실 내부에 걸려 있는 문구.
부검실 안에는 CT 등 첨단 영상검사 의료기기도 배치되어 있어 사인 규명을 위한 현대의학의 숨은 노력을 반영했다.

들러보던 법의학 교수 중 누군가 "CT가 있는데 직원들도 찍어주나요"라는 농을 던져 참석자들의 웃음으로 긴장된 분위기를 완화시켰다.

30여분의 부검실 탐방 후 법의학 교수들과 전문가, 그리고 의대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법의학 교수들조차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부검실 방문은 거의 처음이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에서 발견된 시체 중 강북 지역은 서울대병원으로, 강남 지역은 서울아산병원 등 총 4곳 대학병원에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분원 개념의 부검실이 별도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이윤성 교수는 "유병언 사건 이후 국과수 부검 시설이 전에 비해 개선됐다. 문제는 부검의사가 너무 적고, 처우도 열악하다는 점"이라면서 "법의학교실 소속 의사 출신 교수도 전국 41개 의과대학에 40여명에 불과하다"며 법의학 현실을 전했다.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부검의사는 이한영 소장을 비롯해 해부학과 병리과 및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출신 1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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