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정신적 힘이 고갈돼 탈진한 상태를 말하는 '번아웃(Burn out)'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의사 사회에서도 주요 이슈다.
미국 의료정보 사이트 메드스케이프는 29개 전문진료과목 의사 1만506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 27일부터 10월 16일까지 번아웃, 우울증과 자살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 그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그 결과 10명 중 4명꼴인 44%가 번아웃을 경험했다.
26개의 진료과 중 비뇨기과(54%), 신경과(53%), 재활의학과(physical medicine & rehabilitation, 52%) 전문의 절반 이상이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번아웃 경험이 가장 적은 진료과는 예방의학과(Public Health&Preventive Medicine)로 28%의 의사가 번아웃 경험을 이야기했다.
번아웃 경험률이 높은 진료과와 일하는 시간의 양이 많은 진료과가 비례하지는 않았다.
메드스케이프는 지난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래 일하는 시간의 기준을 주 51시간 이상으로 설정했고 그 결과 외과 의사의 77%가 51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뇨기과, 심장내과가 뒤를 이었다. 응급의학과가 일하는 시간이 가장 적었다. 물론 가장 오래 일을 하는 진료과일수록 수입 또한 가장 많았다.
미국의사들이 번아웃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행정 업무가 너무 과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10명 중 6명 수준인 59%가 차팅, 서류작업 같은 요식에 불과한(bureaucratic) 업무가 많다고 했다.
34%는 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했다. 전산 업무가 늘어난 것도 번아웃 원인이었다. 존경심 부족, 불충분한 보상도 뒤를 이었다.
절반이 넘는 의사가 주 61시간 이상 일을 하면 번아웃이 올 수 있다고 답했다. 36%는 주 31~40시간 일을해도 번아웃이 온다고 했다.
한 내과 전문의는 "번아웃은 대부분 수면 부족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며 "전산업무(EHR)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환자 한명당 5~10분 걸리던 차트 과정이 20~40분씩 걸린다"고 토로했다.
번아웃 대처법은? 운동, 가족과 대화하기
그렇다면 번아웃을 경험한 의사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절반에 가까운 48%가 운동을 한다고 했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 대화하기, 혼자있기, 잠자기, 음악듣기 등이 뒤를 이었다.
번아웃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31%는 일하는 시간을 줄인다고 답했는데 뒤를 이은 대답이 '답이 없다(29%)'는 것이다.
번아웃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가장 행복한 진료과는 성형외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41%가 행복하다고 응답한 것. 예방의학과(40%), 안과(39%), 피부과(34%) 순으로 행복도가 높은 편이었다. 행복도가 높은 피부과, 소아청소년과, 예방의학과는 일하는 시간도 가장 적은 진료과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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