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커스]전공의 수련 문제 직면...내‧외과 학회 해법 모색 돌입 분과전문의 취득 목전에 두고 '혼란'…평점‧시험일정 긴급 변경
|코로나19 장기화, 전공의·세부전문의 양성 빨간불|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셜 넉-오프'(사회적 중지)가 길어지면서 의사사회의 변형이 속출하고 있다. 이제 막 발을 뗀 인턴부터 세부전문의 취득을 앞둔 펠로우까지 브레이크가 걸렸다. 메디칼타임즈는 2020년 3월 새로운 삶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던 젊은 의사들의 변화된 모습을 살펴보고, 이들이 올해 겪게 될 변화를 조명해봤다. <편집자주>
|메디칼타임즈=문성호‧황병우 기자| 2020년, 전국의 수련병원은 코로나19를 예상치 못한 환경을 맞닥뜨리며 수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원별 선별진료소 운영은 물론 지역에 따라 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거나 전담병원이 아니어도 병상 부족으로 타 지역의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등 변수가 발생한데 따른 영향.
앞서 서울의료원의 경우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면서 병상을 비움과 동시에 전체 인턴 중 절반을 분당제생병원과 서울적십자병원으로 위탁수련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위탁수련을 보낸 분당제생병원에서도 확진자가 나온 뒤 의료진 확진자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탁수련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와 함께 수련병원의 레지던트도 코로나19에 따른 수련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내과나 외과의 경우 3년제로 전환하면서 필수역량을 강조하고 있고 전공의 연차별 수련 과정이 다른 상황이지만 수련환경이 조성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수련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서울소재 B병원 내과전공의는 "현재 근무하는 병원은 내과는 연차마다 도는 세부분과가 다른데 병원 턴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었다"며 "문제를 제기해 해결은 했지만 최악의 경우 필수 분과에 대해 수련을 못 받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즉, 내과의 경우 연차별로 꼭 경험해야하는 세부분과와 술기가 다르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현재 받아야 할 수련을 이수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앙꼬 빠진 찐빵'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수련 공백은 전문의 시험을 보는 자격요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수련 받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크게 다가 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특히, 대구지역의 경우 코로나19 환자로 병원의 환자군 자체가 바뀐 상황에서 필수적으로 경험해야할 술기를 익히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은 상태다.
대구지역 C전공의는 "코로나19 대응하기에도 인력이 부족하고 기존 외래나 시술 등을 다 닫는다면 수련 받아야 할 시스템이 붕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수련을 고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 기간 동안 수련 공백으로 전공의가 피해볼 수 있다는 불안감은 있다"고 말했다.
내과‧외과학회 방안논의…병원평가 방식 고민도
각 수련병원과 전공의들의 우려가 커지자 내과학회와 외과학회는 수련과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18일 이사회를 연 외과는 다른 전문과목과 비교해 영향이 적지만 상황에 따라 필수 역량은 뒤로 미로 미루고 수련병원 실태조사도 기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외과학회 이길연 수련이사(경희의대)는 "학회가 강조하는 것은 1년에 수술 몇 개가 아닌 3년 후 나갈 때의 역량으로 올해 부족한 부분은 내년에 더 해도 된다는 판단"이라며 "수련병원 실태조사 또한 주 80시간 등 기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오는 26일 이사회를 앞둔 내과학회의 경우 수련병원 별 상황이 다른 만큼 기준을 정해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내과학회 김영균 이사장(가톨릭의대)은 "가능하면 계획된 수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간적인 요인 등 기존계획을 모두 담을 수 있을지 염려스러운 측면은 있다"며 "현실적으로 대구경북 지역은 똑같은 잣대를 요구할 수 없다고 보지만 공식적으로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하는 만큼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춘계학술대회가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세무전문의 취득 후 계획했던 일들이 모두 어긋나버렸기 때문이다. 당장 세부전문의 과정 1년 재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새어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과 펠로우는 "2월부터 예정된 모든 학술대회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연수평점을 따기가 힘들어졌다"며 "보통 2년 동안 펠로우 과정과 세부전문 진료 과정을 거치고 난 뒤 3년차 때 시험을 보는데 점수를 못 따서 미달되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당장 1년 재수를 한 뒤 시험을 볼까봐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취재 결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내과와 외과학회 모두 세부전문의 시험 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평점을 따지 못한 펠로우들을 위해 산하학회 연수강좌 대체 혹은 유예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준비 중이다.
우선 세부전문의 제도를 가장 활성화시켜 운영 중인 내과학회는 우선 7월에 예정됐던 시험일정을 9월로 연기한 상황이다.
현재 내과학회는 ▲소화기내과 ▲순환기내과 ▲호흡기내과 ▲내분비내과 ▲신장내과 ▲혈액종양내과 ▲감염내과 ▲알레르기내과 ▲류마티스내과 총 9개 분과 전문의를 양성하고 있다.
내과학회 분과전문의 관리위원장인 가톨릭의대 배시헌 교수는 "9개 분과전문의 시험을 한 번에 치룰 계획이었는데 날짜를 우선 7월 11일에서 9월 말로 연기시켰다"며 "내과는 분과전문의 인정시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분과전문의 취득이나 갱신 모두 연수평점 획득 관련해서도 계획을 수정시켰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9월 전에 9개 분과 전문의 중 6개는 추가적인 연수강좌를 개최해 평점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다"며 "내분비내과와 신장내과, 류마티스내과는 9월에 일단 시험을 치르고 이 후에 평점을 획득해도 인정해주도록 변경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외과학회 또한 6월로 예정된 시험은 취소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10월로 연기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 놨다. 또한 외과학회도 내과학회처럼 학회 참석 점수를 완화, 분과학회 연수강좌 참석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현재 외과학회는 ▲간담췌외과 ▲대장항문외과 ▲소아외과 ▲위장관외과 ▲유방질환외과 등 5개 분과 전문의 수련을 시행하고 있다.
외과학회 분과전문의 관리위원장인 울산의대 육정환 교수는 "시험공고가 5월달에 나가기 때문에 아직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비하고 있다. 6월 14일로 예정된 시험을 취소하지 않았지만 10월 말에 시험 연기를 대비해 날짜를 잡고 시험장소도 물색해놨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분과전문의를 꼭 취득해야 하는 의사들이 존재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외과학회 참석 여부인데 올해 춘계학술대회가 완전 취소가 돼면서 참석 횟수가 부족한 펠로우들이 있다. 이들은 외과학회에서 인정하는 분과학회 연수강좌로 대체하면 평점 취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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