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식약처는 파미셀 셀그램-LC에 대한 조건부허가를 반려했다. 이에 대해 파미셀은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반려 판단에 기초가 된 사실에 중대한 오류가 있음으로 위법하다’며 반려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 뉴스를 보면서 필자는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식약처 내부 전문가들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결정한 내용을 다른 의학전문 단체도 아니고, 법원에서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판결하다니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필자가 작년에 국회 앞에서 1인 시위한 주요 내용은 식약처에 의사를 더 충원해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 관리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이 중 한가지는 식약처에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의약품/의료기기 허가(NDA)에 의사가 거의 관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매우 큰 문제이다. 미국 FDA의 경우 NDA의 최종 승인을 위해서는 의사가 평가한 환자에게 미치는 유익/위해성 밸런스(benefit/risk balance)가 필수적이며, 여러 결정권자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에는 의사의 결정에 따라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사가 허가에 거의 관여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사실상 FDA(미국), EMA(유럽), PMDA(일본) 등 선진 규제기관에서 이미 허가를 받은 약물은 사실상 심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다 허가가 되고 있고(이럴바엔 그냥 가교 데이터와 품질 심사만 해서 허가라도 빨리 내주는 것이 환자를 위한 것이다), 국내에서 신약으로 허가되는 약물은 국내용 허가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식약처에서 의사가 허가 심사에 관여하고 있는 분야가 세포치료제 분야이다. 이 분야에는 국내 신약이 많기 때문에 해외에서 허가받은 자료가 없으므로, 의사가 참여하여 임상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당연히 파미셀 셀그램-LC 또한 식약처의 임상심사위원이 임상적인 평가를 했으며, 해당 임상심사위원은 동료 임상심사위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 위한 동료평가(peer review)를 요청하여 필자도 참가한 바 있다. 그 때 동료평가에 참가한 식약처 근무 의사들은 만장일치로 허가는 부적절하다, 즉 환자에게 미치는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치료제의 조건부허가가 적절한지는 최종적으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되었다. 이 회의에는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 삼성의료원 소화기내과 최문석 교수, 가톨릭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교수 등 의학전문가들과 약학 전문가들이 참석하였고, 이 회의에서도 만장일치로 조건부허가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즉, 식약처 내부 전문가들과 모든 전문가들이 이 치료제의 조건부허가가 부적절하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는데, 도대체 왜 법원은 반려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을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한 언론사에서 정리한 판결문에 따르면 중앙약심에 참석한 위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했다고 하는데, 서울아산병원/삼성의료원/가톨릭의대 등의 교수들이 전문성이 부족하단 말인가 참으로 해괴망칙한 얘기이다.
치료제의 허가에 있어서 해당 질환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려면 당연히 해당 질환의 환자들을 보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고, 임상교수 2명은 모두 간질환에 있어서는 국내 명의에 해당하는 분들인데, 두 교수님들은 명예훼손으로 법원을 고발하시기 바란다.
또 그 판결문에 따르면 유효성 평가자료를 미수용한 점이라는데, 이 부분은 동료평가에서도 논의가 되었고, 중앙약심에서도 집중적으로 논의된 내용이었으며, 결론은 이 지표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조건부허가는 임상2상만으로 허가를 하게 되는데, 이 때 비교적 짧은 기간만 유효성 관찰을 하기 때문에, 실제 중요한 환자의 생존기간이라든지 환자의 간기능 향상 지속 기간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충분히 관찰하지 않고, 대리평가변수(surrogate endpoint)를 관찰하게 되는데, 이 대리평가변수가 실제 환자에게 중요한 지표를 대리할 수 있는가가 항상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된다.
해당 임상시험에 사용된 Laennec score system 점수는 조직학적 개선으로 환자의 생존율과 관련이 있지 않으며, 생존율과 관련이 있다고 확립된 지표인 Child-pugh와 MELD score는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또 Laennec score 는 범주형 지표인데 이를 연속형으로 변환하여 평가하는 것은 통계기법상 심각한 오류이다.
아마도 FDA에서 심사했다면 데이터 및 통계 검증 단계에서 이미 실패했을 것이다. 또, 임상시험계획서에 명시하지 않은 지표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다음 임상시험에나 참고할 사항이지, 허가에는 적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외에도 임상시험 디자인 및 결과에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생략하겠다.
식약처가 조건부허가에 있어서 이렇게 제대로 된 전문성으로 적절한 판단을 한 경우를 필자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우리가 알다시피 인보사 때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1차 회의에서 7명 중 6명이 조건부허가를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 회의를 열어 조건부허가를 통과시킴으로서 그 사단이 난 것이다. 식약처 부실행정의 민낯은 오히려 부실하게 심사하여 조건부허가를 내 준 치료제 쪽에 가보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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