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백신 허브 구축을 바이오산업의 최우선 순위로 선언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가 참여할 수 있는 신사업 분야가 본격적인 닻을 올리고 있다.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부터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5개 부처가 백신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사업 과제를 꺼내든 모습.
특히, 5개 부처의 사업 33개 중 절반 가량인 15개 사업이 신규 사업으로 편성되면서 백신 개발은 물론 원부자재 개발 기반을 다지는 한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백신‧치료제‧원부자재 개발 관련 기업 및 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개최하고 글로벌 백신 허브 구축 및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 관련 전반적인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백신 펀드나 창업 패키지 등의 지원 사업을 발표한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하고 백신 관련 기술과 관련된 사업을 발표한 곳은 총 5개 부처.
올해 실시하는 지원사업 중 보건복지부가 총 18개(신규 7개)로 가장 많은 사업을 실시하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5개(신규 5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4개(신규 1개) ▲질병관리청 3개 (신규 2) ▲식품의약품안전처 3개 순이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발표 당시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신뢰를 줄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을 강조한 만큼 이를 뒷받침 할 사업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백신 개발이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야할 것으로 본다"며 "기초 연구부터 많은 부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고민과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의 발표를 살펴보면 신‧변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플랫폼부터 차세대 백신의 기초‧원천 핵심기술개발 그리고 원부자재 생산 고도화 기술 개발까지 부처별로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먼저 기초연구‧전임상 분야로 코로나 등 신‧변종 감염병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백신 핵심기술‧플랫폼‧기반기술 개발 및 비임상 등 연구개발에 약 1453억 원의 사업비를 배정했다.
또 임상시험 분야에서 코로나 치료제‧백신 임상 등에 사업비 893억 원 그리고 신‧변종 감염병 대응 mRNA백신 임상에 105억 원 등을 편성하며 신속 허가심사나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백신 원부자재와 관련해 백신 원부자재 생산 고도화 기술개발(69억 원), 백신생산 공정 개발 및 (비)임상 시료 위탁생산 등을 지원한다.
각 사업별로 사업기간에 차이는 있지만 짧게는 3년부터 길게는 9년까지 사업기간을 배정하며 일정부분 장기성을 담보했다는 평가.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기업별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의 항목이 다르고 참여 여부도 미지수지만 지원이 넓어졌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가능성만 보고 단기간 성과에 초점을 맞춘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이후의 장기적인 구상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백신허브화추진단 이강호 단장은 "국산 코로나 백신‧치료제 신속 개발 및 글로벌 백신 허브 구축을 위해서는 산‧학‧연과 정부 간 유기적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세계 백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으로 최선을 다해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업계 궁금증 '원부자재 확보' '한정적 사업 참여 우려'
한편, 이날 설명회에서는 정부의 사업발표와 함께 제약바이오기업, 연구 기관 등이 참석해 지원사업에 대한 질의 응답을 가졌다.
가장 많이 나왔던 질문 중 하나는 원부자재와 관련된 내용. 정부가 원부자재의 국산화를 위한 원천 기술 개발을 지원하지만 현재 맞닥뜨린 수급 문제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해법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특히, 백신 원부자재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애로 품목 중 mRNA 백신에 특화돼 사용되는 리피드나노파트클(LNP)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원부자재는 바이오의약품에도 사용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원부자재 공급 이슈가 불가피 하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원부자재 국산화를 위한 연구 개발을 지원하면서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간접적인 지원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의 경우 원부자재 수급 이슈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글로벌 공급업체의 비즈니스 영역이라 정부의 영향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며 "긴급한 수급 이슈가 있을 시 산자부 차원의 연락이나 코트라를 통한 미팅 등 간접적인 지원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20일 '백신·원부자재·장비 상생협력 협의체'의 제1차 회의를 개최한 만큼 백신 기업과 원부자재·장비 기업이 제품개발 초기 단계부터 협력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국내 기술을 확보하고 국산 제품의 활용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원부자재의 국산화만큼 국내의 수요기업이 이를 활용해주는 선순환 마련이 중요하다는 생각 이다"며 "백신 원부자재 국내 공급망 강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과 수요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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