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방역 정책, 이른바 K-방역이 대 전환점을 맞았다.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된 이후 지속해 오던 PCR 검사 방식을 신속항원검사 이른바 셀프 진단으로 전환한 것이다.
정부는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상황은 조금 다른 듯 하다.
몇천원 선에 불과했던 자가검사키트의 가격이 두세배까지 널뛰기를 하고 있고 전국적인 품절로 인해 일선 의원과 약국에서는 재고를 묻는 문의에 대응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이유다.
신뢰성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민감도 문제로 인한 위음성 위험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이제는 위양성 문제까지 불씨가 옮겨붙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41개 선별진료소에서 시행된 8만 4천건의 신속항원검사를 내역을 분석한 결과 자가검사키트로 양성이 나온 사람 중 76.1%만이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단검사의학회 등 전문가 단체들이 신속항원검사의 위음성 위험을 50%까지 잡고 있다는 점에서 결론적으로 양성이 나오건 음성이 나오건 10명 중 적어도 4명은 결과를 믿을 수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신속항원검사가 곧 방역패스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강력한 사회두기 정책의 일환으로 방역패스를 지속해 오고 있다.
국민이 힘들고 불편할 수 있지만 전파 차단을 위해서는 강력한 방어막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금까지 정부의 논리. 유효성과 국민의 기본권 침해 등의 수많은 논란을 정면돌파하던 근거가 됐다.
부스터샷과 소아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도 마찬가지다. 논리는 같았다. 역시 전파 차단을 위한 장벽의 필요성이었다. 이로 인해 치명률이 0.1% 미만에 불과한 소아청소년들은 백신을 만드는 제약사조차 최소 6개월 후 맞으라는 부스터샷을 3개월 만에 맞아야 했다. 방역패스를 위해서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신속항원검사 시스템을 도입하며 새로운 방역패스를 만들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을 받으면 방역패스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1명의 감염원도 통과시켜서는 안된다며 방역패스를 통해 강력한 방어막을 강조하던 정부가 10명 중 4명은 결과가 아리송한 검사를 바탕으로 커다란 구멍을 용인한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방역패스가 의료기관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의료기관에 입퇴원, 출입을 위해서는 99% 이상의 정확도를 보이는 PCR 검사 결과를 받아야 했다. 가장 강력한 보호막이 필요한 곳이 바로 의료기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를 통한 방역패스가 허용되면서 이제는 이 결과를 기반으로 환자가 의료기관에 들어올 수 있다. 단 한명이라도 감염자가 나오면 많게는 수백명의 집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의료기관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불씨를 남겨놓은 셈이다. 의료진들이 그 어느때보다 긴장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다.
그렇기에 이제 정부는 선택을 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방어선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신속항원검사를 통한 최소 스크리닝 전략을 유지할 것인지 방역패스와 같은 강력한 방어선을 유지하기 위해 비 필수 검사 인력을 PCR 검사에 밀어넣을 것인지를 말이다.
강력한 방어막을 위해 방역패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신속항원검사로 충분하다는 의견은 공존할 수 없다. 입국 금지를 풀어도 방역에는 문제가 없다는 모순된 주장은 이미 참사로 끝이 난지 오래다. 공존이 가능하다는 고집은 이제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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