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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수 집행부 1년…대정부 소통 '굿잡' 결과물은 '아직'

발행날짜: 2022-05-09 05:30:00 업데이트: 2022-05-09 07:56:35

의사회장들 80점으로 고평가…당정대응력 강화 호평
실익 없는 소통 일변도는 금물…"투쟁 의지 보여야"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집행부가 출범하고 1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는 무엇이고 회원들은 의협 41대 집행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메디칼타임즈가 복수의 진료과목별 의사회 및 시도의사회 회장을 대상으로 이필수 집행부에 대한 평점을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80점의 점수를 매겼다. 당정 대응력 강화를 통한 대내외적인 위상 강화는 고무적이지만, 실질적인 결과물은 아직이라는 평가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당정 대응력 강화는 이필수 회장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부분이다. 실제 이 회장은 올해 초 의협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의 소통에서 100점 만점에 80점을 줄 정도로 성과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엔 의사 회원으로 구성됐던 대외협력이사를 국회 출신으로 선임한 것도 그 일환이다.

소통을 강조한 대국회·대관활동으로 의료계의 입장을 전달했으며 이 과정에서 각 정당 대표, 보건복지위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대선후보 등이 모두 협회를 방문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의협이 제시한 아젠다는 ▲정책 수립에 현장 전문가 의견 적극 반영 ▲필수의료 살리기 ▲코로나19 헌신 의료진 보상책 마련 ▲동네 병·의원 중심 의료전달체계 개편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 등이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는 지난달 열린 제74차 대의원정기총회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을 포함해 14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이를 두고 한 시도의사회 회장은 "정부·정치권과의 소통 능력으로만 보자면 이번 집행부가 역대 집행부 중 가장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다른 의사회 회장 역시 "투쟁으로 일관했던 이전 집행부에서 실질적으로 얻어낸 것이 많지 않았다"며 "의료계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닌,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집행부의 행적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회원권익보호를 위한 조치도 있었다. 이 회장 집행부는 24시간 내 민원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7월 회원권익센터 개소했다. 현재 이를 통해 매달 20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이밖에 ▲의원 유형 요양급여비용 3% 인상 ▲집단휴진 소송 최종 무죄 확정 ▲의원급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부결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자율정화신고센터 설치 및 운영 ▲필수의료과 살리기 TF 구성 ▲네이버, 의료기관 영수증 리뷰 단계적 폐지 등도 이 회장 집행부에서의 성과다.

간호법 저지 10개 단체 궐기대회 현장

간호법 저지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의협을 필두로 한 10개 보건의료단체는 지난해 11월부터 국회 앞 1인 시위를 시작으로 집회, 궐기대회, 심포지엄 등의 간호법 저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KTX·옥외·라디오·언론 광고 등을 이용한 대국민 홍보 활동도 병행했다.

이에 따라 국회 보건복지위는 간호사 업무 범위를 의료법의 내용대로 '진료의 보조'로 수정했다. 또 요양보호사와 조산사 관련 내용을 삭제했으며,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현행 의료법에 준용하도록 바꾸고, 이들의 중앙회 설치 조항을 신설했다.

코로나19 대응도 주요 회무였다. 의협은 지난해 11월 4차 대유행으로 인한 입원병상 부족에 대응해 재택치료관리 모델을 마련한 바 있다. 지난 2월 오미크론 확산 당시엔 의원급 의료기관 진료모델을 만들어 신속항원검사, 진료, 전화상담, 재택관리 등이 이뤄지도록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선 고점을 주기 어렵다는 평가도 공존하고 있다. 정부 방역지침이 일방적으로 하달되면서 현장 혼란이 가중됐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이 선제적으로 나서 방역지침 수립에 의료계 입장을 적극 피력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에게 전문가 단체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도 미흡했다는 평가도 있다. 코로나19는 처음 접하는 감염병이어서 방역지침은 물론 백신·검사·치료 등에서 대혼란이 발생했는데, 의협이 앞장서 의료계 단일안을 마련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가 있기는 하지만,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몇몇 의료계 인사가 국민에게 더 크게 각인됐다는 평가다.

진료과목별 의사회장은 "의협은 견해를 확고히 해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전문가 단체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며 "코로나19로 사망한 의사가 더 많음에도 대통령이 간호사의 헌신을 더욱 강조한 것은 이 같은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회무 방향성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협상과 투쟁이 공존해야 함에도 이번 집행부는 투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간호법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바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업무를 확대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복지위를 통과하는 등 실익은 없다는 것.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대한 불만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진료와 심평원 분석심사 안건이 의협 정총에서 통과된 것도 문제로 꼽았다.

외과계 의사회장은 "의료계 반발이 심한 법안들이 이번 집행부에서 잇따라 통과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의협의 강력한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더욱이 정총에서 비대면진료 안건이 통과되면서 관련 시장이 갑자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소통도 좋지만, 평상시에도 투쟁을 위한 전열을 정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 상시적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무리지만, 유사시 빠르게 결합할 수 있는 점조직화 시스템과 회원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와 관련 한 시도의사회장은 "협회장의 위치에 있으면 여러 의견을 취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단을 내리는 모습도 필요하다"며 "회원 권익이나 정부·국회와의 관계에서 유불리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집행부가 회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믿고 따라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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