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난치성 질환인 방광암 진행을 차단할 수 있는 기전을 발견해 주목된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의생명과학교실 신동명·손재경 교수, 비뇨의학과 홍범식 교수팀은 ID2 단백질이 방광암 줄기세포의 생존과 줄기세포성에 관여하는 TFCP2L1 단백질에 의해 억제되는 표적 인자임을 입증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이자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실험 및 분자 의학'(Experimental and molecular medicine, IF=12.178) 6월호에 게재됐다.
방광암은 선진국 남성에게서 4번째로 흔한 암이다. 우리나라도 서구화된 식습관과 환경오염, 고령화로 방광암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방광암은 치료 후 재발이 잦아서 평생 추적 관찰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모든 암 중에서 환자 한 명이 일생 동안 쓰는 치료비용이 가장 높은 암이기도 해 효과적인 방광암 치료법 개발이 절실하다.
연구팀은 ID2 단백질 활성화가 TFCP2L1 단백질의 과발현을 통해 유도된 방광암 세포의 줄기세포성(증식능, 자가재생능, 침윤성 활성)을 저해하는지 입증하기 위해 근육 침윤성 방광암의 아형인 HT1197 세포와 HT1376 세포에 TFCP2L1 단백질과 ID2 단백질을 동시에 과발현시켰다.
그 결과 TFCP2L1 단백질이 과발현됨에 따라 증대된 방광암 세포의 줄기세포성이 ID2 단백질의 과발현에 의해 억제되는 모습을 두 세포 모두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추가로 암 빅데이터 공개 플랫폼인 암 게놈 아틀라스에 등록된 방광암 코호트 연구 2곳에서 TFCP2L1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CDK1 단백질과 TFCP2L1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ID2 단백질의 발현량을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CDK1 단백질과 ID2 단백질이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함에 따라 CDK1 단백질 억제와 ID2 단백질 활성화를 통한 방광암 치료의 임상적 근거를 얻을 수 있었다.
연구팀은 TFCP2L1-ID2 신호전달체계 조절에 기반한 방광암 치료의 생체 내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TFCP2L1 단백질을 인산화하며 CKD1 단백질을 특이적으로 저해하는 RO-3306 약물과 ID2 활성을 촉진하는 저분자 화합물인 에피제닌 약물을 병행한 치료법을 고안했다.
실제 방광암 이식 동물 모델에게 RO-3306 약물과 에피제닌 약물을 혼합해 주입한 결과, HT1197과 HT1376 방광암 세포의 침습력과 공 모양의 종양구를 형성하는 능력이 억제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방광암 세포를 이식한 지 21일이 지났을 때 두 약물을 6일간 혼합 처리한 결과, 방광 사이즈와 무게가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조직학적 평가에서도 방광암의 악성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명 의생명과학교실 교수는 "방광암 세포의 줄기세포성을 조절하기 위해 CDK1-TFCP2L1 경로의 표적 인자로서 ID2 단백질의 역할과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한 데 의의가 크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진행성 방광암의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어 그동안 잦은 재발과 반복적인 치료로 고생해온 많은 방광암 환자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과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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