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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뒷짐 진 복지부 '우문현답' 잊었나

발행날짜: 2022-07-25 05:00:00

이창진 의료경제팀 기자

"기존 관행에 얽매이면 변화에 적응할 수 없고 발전할 수 없습니다.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에 있습니다."

지난 5월 25일 보건복지부를 떠나며 남긴 권덕철 장관의 이임사 한 구절이다.

행정고시 패스 후 신입 사무관으로 출발해 보건의료정책관과 보건의료정책실장, 차관, 장관 등 30여년 공직생활에서 그가 느낀 복지부의 문제점은 현장과 소통 부족인 셈이다.

권 전 장관은 "현장을 자주 방문하고 현장 종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과 자주 소통하면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는 보이지 않던 문제해결의 실마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윤정부 출범 두 달이 훌쩍 넘은 현재 복지부 공무원들은 선배의 진정어린 조언에 답할 수 있을까.

연이은 낙마에 따른 장관 공백 장기화는 보건의료 정책 추진의 동력을 멈추게 했다.

의료분야 협의체와 건정심 등 일상적 회의는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윤정부 보건 공약 몸통인 필수의료 개선은 답보 상태이다.

외과와 산부인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전공의 지원 추락을 거듭하는 필수과 학회들은 복지부 침묵에 한숨만 쉬고 있다.

이들 학회들은 복지부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돌아온 답변은 "장관 임명 후 논의하자"는 말 뿐이다.

지난 4~5월 열린 의료단체 행사와 학회 학술대회에 초청된 복지부 국·과장이 외친 "필수의료를 방관할 수 없어 획기적 수가 보상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은 허언일까.

의료계 내부에서 복지부가 이미 필수의료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신임 장관 성과를 위해 필수의료와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등 핵심 현안은 고위 간부들의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는 의미다.

권덕철 전 장관이 지적한대로 보건의료 정책의 성패는 현장에 있다. 화려하게 포장된 정책이라도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외면당하면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을 최우선한다는 복지부 역할과 존재 이유가 장관 부재로 희석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필수의료 개선에는 국회도, 의료계도, 국민들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개선방안을 공론화하고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는 복지부 모습을 기대한다.

코로나 재유행이 시작된 상황에서 복지부 조직 역시 방역의료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들의 중대본, 중수본 겸직과 차출은 코로나 학습효과와 무관하게 보건의료 고유 업무의 후순위 배치와 주요 정책 시행 연기로 귀결된다는 것을 복지부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국정감사장에서 답변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발언과 현 복지부 상황은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권력 앞에서 숨죽여 있는 복지부가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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