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정책에 대한 예산 투입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저출산과 맞물리면서 존폐위기에 내몰린 소아청소년과에는 집중적인 지원을 검토하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29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만남에서 필수의료 정책 예산에 유연성을 강조했다. 앞서 필수의료 지원대책 발표 직후 '아래돌 빼서 웃돌괴는 식'의 정책이라는 의료계의 우려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 필수의료 정책, 건보재정 유연성 확보
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도 필수의료 관련 예산은 충분히 투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을 당부했다"며 "건보재정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점검하되, 소아청소년과 등 필요한 부분에는 (예산을)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출산율은 24만명 수준이다. 50여년 전, 80만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수가를 4배 올려줘야 한다는 얘기"라며 "소청과 내에서도 격차가 있는 것 같다. 재정 투자가 잘 이뤄지도록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필수의료 분야에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부분을 줄여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한 입장을 밝혔다.
가령, 감기증상이 있으면 의료기관을 내원하지만 감기 기운만 있어도 의료기관을 찾는 것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는 "기존에 합리적으로 유지해왔던 보장성에 제동을 거는 것은 아니다. 기존 보장성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과도하게 과잉진료가 발생했던 부분을 좀 다룰 생각"이라며 "이부분에 대해선 재정을 합리적으로 써야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필수의료 지원대책에서 '규제'가 들어가면 반드시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종의 필수의료 정책의 '로직'인 셈이다.
가령, 상급종합병원에 소청과 입원전담전문의 관련 규제가 있으면 재정을 투입하고 응급의료기관을 평가해서 소아진료를 강제로 하면 소아진료를 할 수 있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도록 재정을 투입해주는 식이다.
임 실장은 "규제-재정투입, 로직은 정확하게 지킬 것"이라며 "기존에 건강보험에서 빠져나가는 부분을 효율화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 재정을 투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건보재정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발굴, 확대 점검하는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그는 "건강보험 부족한 부분을 줄이는 것에도 한계가 있지 않겠나. 필수의료 분야 새로운 과제발굴에 따른 재정이 필요하면 추가 재정이 들어와야한다"고 말했다.
■ 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인력 논의는?
임 실장은 "필수의료 및 의료현안 해결은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다만, 의료인력 확충은 속도감 보다 충분한 협의를 통해 추진할 것"이라며 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인력 확충에 대해선 논의는 하지만 밀어부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열리는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의료인력 확충방안 안건을 논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부가 밀어부쳐서 될 일은 아니지만 협의는 해봐야한다. 사회적으로 요구가 높아 논의를 안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2000년도 의약분업 당시 감축한 의대 정원 300여명을 복원하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50명이 될지, 500명이 될지 상황에 따라 방향이 결정되면 상황을 봐야하는 문제"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 복지위서 제동 걸린 비대면진료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했지만 계류된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관련해서도 무리해서 추진하기 보다는 합의와 조정을 강조했다.
그는 "결국 약배달 문제가 핵심이다. 현재 비대면진료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다고 본다. 법제화를 반대하는 배경에는 직역단체들의 오해가 쌓인 부분이 있는데 이를 좀 풀어줘야할 것 같다"며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대면진료 수가도 의료계와 추후 협의해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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