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추진방안 공개 이틀 만에 시행되면서 산업계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당장은 계도기간에 맞춰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비대면 진료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유행 시기 한시적으로 시행해온 비대면 진료를 이날부터 시범사업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석 달의 계도기간 동안 기존 서비스를 재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계도 기간이라고는 해도 언제든 처벌이 가능한 만큼 플랫폼들은 관련 조치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시스템 전환이 어려운 영세 플랫폼은 아예 비대면 진료를 중단하고 있다. 실제 남성 메디컬 서비스를 제공하는 '썰즈'는 지난달 30일부로 진료를 중단하고 남성 건강관리 프로그램 및 루틴, 건강 제품, 의사 상담 등의 서비스 등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닥터나우·나만의닥터·굿닥 등 비대면 진료 3사 역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시범사업 추진 방안이 지난달 30일 확정돼 이틀 후 바로 시행된 만큼, 이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모습이다.
당장은 진료요청을 의사에게 전달하는 정도로만 기능을 유지하고, 이후 의사가 초·재진 여부 판단을 판단해 초진인 경우 요청을 취소하고 재진인 경우에만 처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의사 입장에선 직접 초·재진 여부를 확인해야 해 추가적인 행정업무가 불가피하고, 환자 입장에선 정작 처방이 이뤄지지 않으니 양측에서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닥터나우 관계자는 "재진이나 예외적 초진 여부를 의사가 확인해야하니 현장 불만이 나오고 있다. 환자들은 진료 연결도 어렵고 정작 처방이나 진단을 내릴 수 없다고 하니 플랫폼 쪽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우리 입장에선 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진환자가 아니라고 추측만 가능한 정도여서 민원 처리만 해도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 입장에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재진환자를 구분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환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섬·벽지,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에 대한 시스템은 아직 여력이 없는 모습이다. 약 배송이 어려워지는 만큼 관련 서비스는 아예 중단한다.
결국 플랫폼은 비대면 진료 이외의 영역에서 생존전략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비대면 진료는 기존에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이었는데 오히려 파이가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당장 시스템 전환이 급선무여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나만의 닥터 선재원 대표는 "필연적으로 비대면 진료 외에 다른 비즈니스 영역을 확보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시범사업안이 이 정도로 안 좋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 논의된 내용은 없다"며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어 시스템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으로 당장은 재진환자를 검증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굿닥 역시 계도기간을 준수하며 지속적으로 추진방안에 맞게 사업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방침이지만,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에 있어 구체적은 계획은 아직이라는 입장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시범사업이 지속될 경우 비대면 진료는 결국 사장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 원산협 전신영 홍보이사는 "정부는 어떻게든 비대면 진료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해왔지만 결국 비대면 진료를 못하게 되는 시범사업 안이 돼버렸다"며 "지금 시범사업대로라면 대상이 되는 재진환자도 예외적 초진 환자도 전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유지하려면 지금이라도 현장 목소리를 듣고 문제 요소들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반발도 여전하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주 무대가 돼야 할 개원가 역시 이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난관이 예상된다. 비대면 진료는 환자와 의사 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훼손해 오진 등 진료의 질적 하락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증상이 정형적이지 않은 소아·노년층 환자에 대한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정작 의약품 전달을 대면으로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대면이 절실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비대면으로 하고 누가 가져다 주던 동일한 의약품은 대면으로 전달하는 이상한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며 "이는 의료 전달 체계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환자와 의사간의 각종 분쟁 및 소송을 광범위하게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생명을 다루는 의료 정책을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순 편리성만을 앞세워 급하게 강행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졸속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완전한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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