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을 재추진하기로 하면서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지역사회 조항과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조항 철폐가 가시화되면서 의료계가 앞선 투쟁에서처럼 직능단체를 규합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의원총회를 통해 간호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합의했고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법안에 거부권이 행사된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핵심 쟁점이었던 지역사회 조항과 직역 간 갈등 등에서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던 만큼, 법안의 수용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앞서 간호법에 반대했던 보건복지의료단체 대표자들을 만나 각 직역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휴가철인 데다가 오는 9월 국정감사를 앞둬 빠르게 법안 발의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민주당의 방침이다.
민주당 보건복지위 고영인 의원실은 "간호법은 그 제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직역 간 이견이 첨예했다. 상호 간에 너무 수렴이 안 되고 충돌하는 지점이 있었다는 점에서 기본 원칙은 수용성 높은 법안을 만드는 것"이라며 "직역 간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추진하는 한편 지역사회 조항 등의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방향성에 간호법 저지에 적극적이었던 14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술렁이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내건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철폐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이다. 만약 새 간호법에 관련 조항이 담긴다면 간무협 입장에선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앞선 간호법 투쟁에서 간무협이 주축에 섰던 것을 고려하면 보건복지의료연대 입장에선 큰 동력을 잃는 셈이다.
직역 간 업무 범위 문제가 해결된다면 의료기사들의 투쟁에도 힘이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직역의 숙원사업 중 하나는 의료기사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에서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이 법안 역시 간호법처럼 주기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간호법이 직역 간 갈등을 해소한 채 제정된다면 의료기사법 역시 제정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민주당이 말한 대로 간호법이 수정된다면 단체별로 온도차가 생길 것 같다.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업무 범위 침해 문제가 해결된다면 다른 직역들은 이를 공식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보건복지의료연대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 다들 고민이 있을 것 같다"며 "간호법 추진 상황에 따라 단체별로 이해관계가 달라질 텐데 간호법 대신 각 단체의 숙원사업을 담을 대안이 필요하다. 이와 연대를 함께 가져갈 방향을 대한의사협회가 잘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간호법 재추진한다고 해서 꼭 통과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필수의료 붕괴 등으로 의료계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중요한 법안을 두고 간호법부터 처리할 명분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내년 4월 총선까지 반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러 직역 대표자들과 국민의힘과의 협의를 속도감 있게 끌어나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간호법이 부결된 지 100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난제 중 하나다.
주요 협의 주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간무협 역시, 간호법 안에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철폐가 담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를 간호계와 간호학원계가 동의할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학력 제한 철폐도 중요하지만 보건복지의료연대와의 협력관계도 필요한 만큼 되도록 의료법을 통해 이를 이루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관련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이미 발의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간무협 전동환 기획실장은 "간호법이 통과되려면 10월 이후 정기국회 법안심사소위까지 모든 협의가 끝나있어야 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대승적으로 간호법을 합의하거나, 긴급 법안처럼 통과시키면 몰라도 정상적인 절차로는 심의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국민의힘은 기존 의료법으로 가자고 얘기할 가능성이 있고 간호법보다 우선순위가 더 높은 법안도 많다"며 "결국 간호법은 재추진된다고 해도 발의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아직 관련 논의가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향후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는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이 안 돼 적극적으로 대응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보건복지의료연대 분열시키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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