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급으로 분류되는 국내 내시경 술기의 유지, 발전에 의대 증원이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불가피한 합병증 발생 시 의료진을 보호할 법적 보호막의 부재, 4만원대에 불과한 저수가 상황이 내시경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꺾는 주 원인이라는 점에서 해당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것.
4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KSGE)와 국제소화기내시경네트워크(IDEN)는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장기화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인체 기관에 카메라를 삽입해 병변 발생 여부를 살피는 내시경은 과거 암이나 종괴 등의 발견을 위한 진단용 도구였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병변을 직접 절제하거나 채취하는 치료 도구로까지 진화했다.
조기암의 경우 개복수술이나 복강경뿐 아니라 내시경을 통한 절제술이 가능해 수술 시간 및 회복 시간이 단축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조광범 학술이사는 "내시경 이용이 단순 진단뿐 아니라 요즘은 치료 쪽에서 더 많이 활용될 정도로 외연이 넓어졌다"며 "과거 수술이 불가피했던 것도 이제 내시경을 통한 최소 침습적 절제술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의-정 갈등 장기화 및 의대 증원 문제가 실제 후배 세대들이 계속 내시경을 배우지 못하게 만드는 부분까지 뒤덮어 실체가 가려진 감이 있다"며 "후배 세대들이 내시경 수련을 포기하게 만드는 최대 요인은 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과도한 형사처벌을 하는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후배 세대들은 내시경을 결코 배우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과정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시경 대신 차라리 수술로 전원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의료진에 의해 내시경 치료법이 새로 개발되고, 전 세계에 보급될 정도로 국내 의료진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에 도달했지만 전공의의 집단 사직 및 저수가 환경으로 인해 후배 세대와의 단절론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이사는 "학회에서 해외 의료진을 상대로 술기를 교육하는 핸즈온 프로그램을 마련할 정도로 수준은 고도화됐지만 젊은 의사들이 내시경 술기 전수를 포기하면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며 "의-정 갈등 상황이 지속돼 후배들이 없어지면 10년 후엔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배워오는 그런 상황이 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우리가 가진 최상의 지식, 기술을 교육시켜줄 수 있었지만 향후에도 계속 이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시급히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조주영 운영위원은 저수가 환경 역시 후학 양성을 가로막는 요건으로 제시했다. 의사만 많이 뽑으면 저절로 각 의료 영역에 골고루 의료진이 배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수련을 포기하게 만드는 환경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것.
조 위원은 "수술을 잘해도 항상 합병증 발생 위험이 0%인 것은 아니"라며 "법적인 보호막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수가 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내시경 수가는 4만원 대이지만 일본만 해도 5배에 달한다"며 "이런 문제들로 인해 필수의료를 포함한 힘들고 어려운 과는 젊은 의사들이 배우려고 하지도, 하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 박종재 이사장은 "교과서에도 내시경 치료 과정에서의 필연적인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며 "유독 한국에서만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문제를 의사가 떠앉아야 하는 그런 풍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을 부추기는 의료소송 전문 브로커, 변호사가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며 "나라에서 운영하는 의료분쟁조정원이 있지만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최소한 신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를 통한 해결도 쉽지 않다"고 법적 보호막 마련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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