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전무후무한 위기 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여야 의원들이 아귀다툼에 의정갈등 해결책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맹탕 국감'으로 마무리됐다.
국감 첫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윤 정부에 의대증원 정책 실패로 인한 의료대란의 책임을 묻자, 여당은 이재명 대표의 닥터헬기 특혜 논란 등을 지적하며 맞대응했다.
8일 이뤄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응급헬기 이송 논란과 함께 보건복지부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여야 갈등이 시작됐다.
의사 출신 서명옥 의원은 "이 대표의 응급헬기 이송은 초등학생도 특혜라고 판단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사항"이라며 "복지부는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응급헬기가 출동해 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할 의료진이 다시는 특혜 시비에 휘말릴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지난 날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 대다수가 의료대란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조규홍 장관 사퇴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명옥 의원의 이재명 대표 발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다. 특히 국민권익위원회의 신뢰성을 두고 야당에서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사를 지적하며 여야 의원들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국정감사는 현 정부의 잘잘못을 따져 묻는 자리"라며 "국감 회의를 취지에 맞게 진행해달라"고 강력 항의했다.
이후로도 여야 의원 대다수는 각자 질의에 앞서 이 대표와 관련한 날선 공방을 이어가며 시간을 소요했다.
오후에 이어진 국정감사는 제1형 당뇨병 장애 인정 요구, 지방국립대병원 경영난,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치료 환경 개선안, 격리 강박 환자 사망사건에 대한 심문 등이 주를 이루며, 현 의정갈등의 해결책에 대한 충분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의정갈등 장기화에도 별다른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며,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의 복귀는 한층 더 요원해질 전망이다.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한 원진녹색병원 정형준 참고인은 "내년 3월 전공의 복귀는 저는 정부가 얼마나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선후배와 전공의를 봤을 때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의정협의체 역시 사전에 젊은 의사와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게끔 의료계와 충분한 조율이 있어야 했는데 이러한 노력은 전혀 없었다"며 "매우 비관적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 "교육방식, 의과대학 전면 위임..'.5년제' 요구한 대학명 밝힐 수 없어"
같은 날 진행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또한 최근 논란이 된 '의대 5년제' 도입과 관련된 세부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며 종료됐다.
국정감사 첫날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의대증원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 않으며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의과대학 5년제 전환과 관련해 의료계와 사전 논의를 진행했느냐"고 물었고 이 장관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수시로 소통하고 있지만 사전에 모든 사안을 협의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또한 의과대학 5년제 단축을 요구한 대학이 어느 곳인지 묻는 말에는 "대학마다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다. 밝힐 수 없다"고 일축했다.
교육부는 의과대학 5년제 도입 시 우려되는 학교 간 교육 질 격차 등 부작용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주호 장관은 "획일적으로 모든 의과대학에 5년제를 도입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원하는 학교가 있으면 이를 허용하겠다는 취지"라며 "6년제든 5년제든 교육 방식 결정은 대학 자율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은 의평원의 주요변화평가와 관련해 "의학교육 질 저하에 대한 국민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안덕선 원장은 "정부는 대규모 증원에 따라 의학교육 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교수, 시설, 재정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과거에 평가하지 않았던 교수와 시설의 다른 영역 등을 평가해야 국민들이 우려하는 교육 질 저하를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새로운 지침을 마련한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기준이 강화됐다고 표현하는데 기존 의대 평가를 위해 사용하는 92개 중 49개를 추려 평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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