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과 역할에 대한 각계 입장이 갈리면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논의가 시작도 전에 먹구름에 싸였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공청회를 열고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법제화를 위한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대한의사협회 요구인 수급추계위 의결권 부여와 의사 과반 참여를 두고 이견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신영석 교수는 진술을 통해, 수급추계위는 추계 결과를 심의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자문기구 역할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봤다. 최종 의사 결정은 정부에게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성과 관련해서도 총 21명 이내로 구성하며 직역 공급자단체 추천 전문가를 3분의 1로 해야 한다는, 의협과 반대되는 입장이었다. 나머지 위원은 가입자 대표 추천 전문가가 3분의 1, 공공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가 나머지를 차지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
울산대학교병원 예방의학과 옥민수 교수는 수급추계위 의결권 부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수급추계위에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그 심의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의결권을 부여하는 경우 보정심에서 수급추계 결과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시키는 등 재논의가 가능케 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수급추계위원회에 해당 직역 위원을 과반으로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 역시 보건의료 공급자 측에서 추천하는 위원이 수급추계위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에 반대 입장이었다. 단순히 참여 위원들과 전문가, 관료에 의한 논의·결정이 아닌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다수 전문가 의견에 기초한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부 정형선 교수는 수급추계위가 의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조직이 '직종 전문가' 및 '이해당사자'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양성대학의 정원이나 미래 인력 추계와 관련된 어떤 법규에도 있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
또 우리나라같이 의사단체 전체가 의대 정원에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인식·행동하는 상황에선 그 객관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만약 의결권을 부여하려면 보건의료 직종들이 가지는 상호 간의 보완성·대체성을 고려해, 수급추계위에 한의사·간호사·약사·치료사 등이 함께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 장원모 교수는 수급추계위를 가치분과와 기술분과로 나눠 역할을 달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을 전제로 수급추계위 의결권 부여와 의사 과반 참여에 모두 찬성하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의결권을 가지는 가치분과에 의료인단체, 의료기관단체, 이용자·시민단체, 노동조합 등 모든 보건의료체계 참여자의 균형 잡힌 참여가 필요하다. 의사가 과반 참여하는 기술 분과는, 수급 추계 과정의 과학적 엄밀성 확보를 위한 통계적 방법론 결정 등을 맡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객관성·공정성 담보를 위해, 수급추계위 구성에서 공급자단체 추천 전문가와 수요자단체 추천 전문가를 동수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인력 증원 규모에 이해관계가 있는 직역단체 추천 위원은 공익적 관점보단 직역의 입장이나 의견을 대변할 개연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수급추계위 의결권과 관련해서도 그 역할을 심의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재까지 발의된 수급추계위 관련 6개 법안 모두, 심의 결과를 보정심에서 반영해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안덕선 원장은 일본의 예를 들며 의사 수 결정을 위한 논의 조직은 전체 위원 중 과반수를 의사 출신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회는 22명의 위원 중 16명이 의사 출신이라는 것.
수급추계위 의결권 역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계센터 구조 및 분과위원회 상위에 위치하는 추계기구 등 이미 3단계의 수직적 운영구조에서, 다시 보정심의 심의를 거쳐 의결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추계 절차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면 분과위원회 결정으로도 족하다는 주장이다.
의협 김민수 정책이사 역시 의사 위원을 과반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인력 추계는 의료 수요의 적정성 평가, 의료 공급 능률의 개선, 의료교육 등 전문가 영역에서 평가해야 하는 요인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또 그동안 정부가 협의회나 회의체를 명분 쌓기용으로만 활용해왔던 것을 들어 수급추계위를 독립된 조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관료계와 전문가단체 신뢰 회복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그동안의 독단적 정책 추진을 철회하고 전문가단체에 파트너로의 위상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중립적인 입장을 내놨다. 수급추계위가 자문기구에 그쳐 정책에 영향을 주는 구속력이 약해지는 것은 문제지만, 위원회의 결정이 곧바로 법적·정책적으로 확정되는 방식도 이상적이진 않다는 설명이다.
수급추계위 권고사항이나 추계 결과를 정부나 국회가 만약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 사유를 분명히 설명하도록 하는 이견 설명 절차를 두는 방안을 고려할만하다는 제언이다. 수급추계위 구성과 관련해선 전문가 위주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본 관서외국어대 장부승 교수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수급추계위도 최소한 4분의 3 정도의 구성원이 의사 면허 소지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의사단체 추천인을 전부 개업의로 해선 안 되며 ▲의대 교수 ▲병원 행정 유경험자 ▲보건시설 운영 유경험자 ▲의료 관련 사회과학자 등 다양한 경력자를 추천하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의결권과 관련해선, 수급추계위에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보단, 건의에 무게감을 실어주는 방향을 제시했다. 의대 정원 문제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협의토록 하되 수급추계위 건의 없이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협회 김기주 기획부위원장은 수급추계위에 병원계 등 핵심 이해관계자가 위원으로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현장은 의료인력들이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고 임상교육과 수련을 담당하는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수급추계위 위원 구성과 관련해선 현행과 같이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절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의대 정원은 교육의 질적 관리나 교육 환경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국가의 전반적인 교육정책의 방향성과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단국대학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허윤정 조교수는 무너져가는 필수의료의 현실을 조명했다. 지역·필수의료 재건을 위해선, 의사가 제한 없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미래 세대가 필수의료 의사를 희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
그는 "지난 1년간 1기였던 조기암은 4기 말기 암이 되어서야 발견됐고 지방에서 중증외상으로 다친 사람들은 전국을 헤매다 길바닥에서 사망했다"며 "수급추계위에 대한 논의와 법안 상정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바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를 구하기 위해 남은 골든아워는 이미 끝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매일 외상센터로 실려 오는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놓치지 않도록 자리를 지킬 수 있길 희망한다. 하지만 지난 1년간 필수의료 종사자가 일하는 환경도, 의료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모두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생명을 구하는 의사들이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한 진료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처벌받지 않게 해 주는 것이 진정한 의료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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