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필명'시골의사'로 통하는 박경철 외과전문의는 국내 최고의 사이버애널리스트로 MBN 주식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인정받고 있다.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이는 이황의 제자 성혼이 퇴계의 4 단7정에 대한 생각을 물어오자, "사람을 주재하는 것은 마음이며, 마음이 움직이기 이전은 성 性 이고, 움직여서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정 情인데, 마음이 움직여서 드러난 이후에는 의지의 문제가 된다"고 대답한다.
즉, 인간은 추우면 옷을 입고, 더우면 옷을 벗지만, 덥다고 아무곳에서나 옷을 벗지는 않는것은 "리理"의 이치가 그러하기 때문이 아니라. 성정 性情을 다스리는 의지가 그렇게 작용하기 때문이며, 이것이 바로 인간이 인간다운 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율곡의 세계관은 "리理" 중심론 (모든것은 도리에 따른 것이므로,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 도를 거스리려는 것은 삿된 일이다)을 주장 한 조선조 주류 성리학에 반해, 참여적이고 현실 개혁적인 세계관을 형성 함으로서, 후에 실학과 동학으로 이어지는 참여주의적 학자들의 중심 이데올로기가 된다.
율곡의 사상은 개혁적이며 현실 참여적이다.
율곡의 평생의 동지였던 토정 이지함은 율곡이 10만 양병을 주장하다가 벽에 부딪혀 관직을 물러나려고 할 때, " 병이 깊이 든 아버지의 목숨이 곧 끊어지려고 할 때, 약을 드렸는데 약사발을 집어 던지신다 해도, 울면서 약 드시기를 계속 권해야지, 그냥 물러나는것은 도리가 아니지 않은가? " 라고 만류한다.
율곡학풍의 이러한 참여적 성격은, 일곱번이나 벼슬에 나아갔다 물러나기를 거듭하는 사림의 거두 퇴계와 달리, 칠백 의총의 의병장 중봉 조헌 趙憲을 거쳐, 반계 유형원과, 다산 정약용, 성호 이익으로 이어지는 실학운동의 중심 이데올로기가 되며, 임란이나 조선말의 의병운동을 통한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정치적으로도 율곡이 중심이 된 기호학파는, 사계 김장생과 독재 김집, 우암 송시열로 이어져 병자호란 이후 민족자주론의 중심세력이 되고. 후에 조선말에 가서는 화서 이항로, 의암 유인석,면암 최익현등의 화서학파로 계승되어 한말 의병운동의 중심거점 역할을 하게된다.
이러한 율곡 이이의 철학은 헤겔의 변증법적 역사관과 비슷한데가 있다.
헤겔의 변증법적 역사관은 그것이 직선적이라는 점에서는 율곡과는 차이가 있으나 , 그의 "절대정신"이 이이에서는 " 리기일원론 理氣一原論"으로, 또 "정립 반정립의 역사발전 단계"는 . 이이에게서 "역사발전의 창업- 수성- 쇠퇴의 역사적 순환론"으로 대치 할 수 있다는 점은 참으로 흥미있는 일이다.
율곡의 생각은 왕조던, 사회던 인간이 세운 사회는 " 창업-수성-쇠퇴"의 삼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시 조선처럼 쇠퇴길에 접어든 국가, 혹은 사회를 구하는 길은 인간의 의지적 실천을 바탕으로 다시 새롭게 만드는 말고는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만약 그것이 실패 할 경우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창업이 기다린다"는 당시로서는 " 섬뜩한 사상"이 함축되어 있다.
율곡은 당시 조선을 가리켜, " 젊었을 때, 정신없이 술과 여자에 빠져 지내면서도 아직 혈기가 왕성하여 그 해독을 깨닿지 못하다가 , 나이들어 몸이 약해져 해독이 드러나게 되어, 이제 비록 삼가고 조심하더라도 이미 지탱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것과 같으니., 10년이 지나지 않아 반드시 화가 닥칠 것이다,.." 라고 말하며 십만 양병을 비롯한 파격적 개혁정책을 담은 "경장론"을 주장한다.
그의 경장론은 " 변화는 때가 있어서 적절한 때를 놓치면, 변화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꾸어야 할 때를 아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그 때라는 것을 "시의 時宜"라는 용어로 표현하는데. 훗날 우리는 "시의적절" 이라는 용어로 이말을 기억한다.
아울러 이이는 "경장은 아무때나 필요 한것은 아니다, 사회가 한창 발전하고 있는데, 경장을 말하는것은 몸에 아무런 병이 없는데 약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아서 오히려 병을 만드는 것이며, 반대로 쇠퇴하기 시작하여 개혁이 필요한데도 경장을 거부하는 것은 병든 사람이 약먹기가 싫어서 죽기만을 기다리는것과 같다" 고도 말한다.
이점에서 서양 역사철학과 율곡의 경장론은 서로 제 갈길을 간다....
헤겔은 정립에 따른 갈등의 고조가 필연적으로 반정립을 부르고, 이후 반정립의 새로운 정립이 역사의 발전 과정이라는 수동적 세계관을 말했지만, 율곡은 역사발전 과정을 "리 理"라 부른다면, 그 理에 따른 필연적 변화조차 " 인간의 자유의지 "에 의해 변화 될 수 있다는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실로 능동적이며 참여적이다.
특히 이이의 주장의 빼어남은 그의 이론만이 아니다,
조선의 이 위대한 민주주의자는 경장을 이야기하면서도 , 그것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했다.
즉 그는 사회적 리더 몇 몇이 이끄는 엘리트 주도의 소수 개혁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경장을 이야기 하려면 "공론公論"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 경장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공론이다, 모든 사람이 마음속으로 옳다고 여기는 것이 공론이며, 그러한 공론은 이익을 주겠다거나, 두려움에 떨게 만들어서 의견을 모은 것이 아니면서도, 어린아이까지도 그렇게 하는것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 공론이다"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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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 꼭지로 정리 할 수없는 내용을 무리하게 압축하느라 용두사미가 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조선조의 위대한 대철학자의 끝을 알 수없는 깊은 내면세계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한 줄기 질문을 던지려한다.,
우리는( 굳이 독자께서 의사가 아니더라도,,,만약 당신이 의사라면 우리 의료계는,, 노동자라면 우리 노동자는,,, 혹은 우리나라는,,, 지금 우리 가정은,,, 혹은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우리는 지금 창업-수성-쇠퇴의 단계에서 어디에 해당하는가..
혹시 지금 우리에게 혹은 당신에게 경장은 필요치 않은가,, 만약 그러하다면 ( 경장이 필요하다면..) 우리의, 혹은 나와 당신의 공론公論은 무엇인가?.. 혹은 지금 우리사회에 어린아이조차 옳다고 고개를 끄떡이는 공론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가..
율곡은 수백년의 역사를 넘어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는데 약사발을 던지면 , 울면서 약을 들기를 권하겠는가? 아니면 돌아 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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