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또다시 억 단위의 고액 손해배상청구소송에 휘말렸다. 코로나19에 감염 후 입원 치료 중 심부전으로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은 의료진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재판장 오원찬)은 사망한 신생아의 보호자 A씨 등이 의료진을 대상으로 제기한 5억750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8월 22일 신생아인 자녀가 38.6℃의 고열, 구토를 동반한 구역 증상 등을 보이자 인근 소아청소년과의원에 내원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2일 치 경구투여약을 처방받았다.
이후 같은 달 24일 해당 의원에 재방문해 2일 치 경구투여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신생아 자녀의 열은 내렸으나 손발이 차고 이틀째 먹지 못한 채 누워만 있어 배뇨·배변 장애 등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A씨는 8월 25일 더 큰 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 결과, Pro-BNP(Pro Brain Natriuretic Peptide, 호르몬의 한 종류) 수치가 8818.64pg/ml로 정상범위(0~300pg/ml)를 상당히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검사오류 가능성이 의심돼 재검사를 실시했으나 수치가 1민1374.65pg/ml로 더 높게 측정됐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의사는 오후 3시 16분경 신생아를 입원시키고 정맥용 면역글로불린(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과 스테로이드(제일덱사메타손주사액) 치료를 시행했다.
하지만 오후 10시 39분경 신생아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자 의료진은 엠부백(Ambu bag)을 사용해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에피네프린을 투약했다.
이후 10시 55분경 119 구급대가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지속하다 11시 16분 신생아를 인근 병원의 응급실로 이송했다. 11시 42분 응급실 도착 후에도 신생아는 여전히 심장박동 정지상태를 보였으며, 응급의학과 의사는 사망을 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한 결과 신생아 사인은 심근염으로 추정됐다.
이에 A씨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신생아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5억7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요구했다.
그는 "의료진은 혈액검사 후 심근염을 추정진단하고 심전도검사 및 심초음파검사, 심장효소검사, 흉부 MRI/CT 검사 등을 시행해 조기에 시행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어떠한 추가검사도 시행하지 않은 채 증상을 가와사키병으로 오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신생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심장에 대한 평가를 면밀히 하고 추적 관찰해야 했음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생아의 증상이 악화된 후 의료진의 대처 또한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신생아는 심부전을 방지하기 위해 항혈전제 투약치료가 필요했음에도 의료진은 혈전방지제를 투악하지 않고 오히려 혈전을 발생시키는 케로라를 투약해 상황을 악화시킨 중대한 과실이 있다"며 "심지어 케로라 투약 당시에도 신생아를 직접 대면 진료하고 판단한 것이 아닌 간호사에게 전화로 비대면 간접처방을 통해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생아의 진단 및 치료와 관련해 의료진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A씨는 의료진이 신생아 병명을 가와사키병으로 오진했다고 주장하지만, 진단서를 살펴보면 '가와사키 유사 증후군'으로 기재돼 있다"며 "이는 가와사키병과는 다른 질환으로 소아 다기관염증증후군을 의미하는데 신생아의 Pro-BNP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오자 심근염을 의심하고 가와사키병 유사 증후군 가능성을 고려해 입원 및 치료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추가검사는 당시 신생아가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 상태로 격리기간이었던 점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지역아동병원에서 흉부 CT/MRI 검사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어 의료진이 경과관찰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신생아의 사인은 심근염으로 추정되는데 급성 심근염은 그 자체로 급사의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부정맥이 발생하면 잘 유지되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저혈압이 악화돼 심정지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며 "이러한 경우 산소마스크로 산소공급을 시작하더라도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이 환자의 심정지 상태를 늦게 인식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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