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타글리플로진(sotagliflozin)이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과 같은 기존 SGLT-2 억제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차세대 약제로 눈도장을 찍었다.
제2형 당뇨병과 만성 신장질환(CKD)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MACE)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 것에서 더 나아가 기존 SGLT-2 억제제가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이지 못한 허혈성 심혈관 사건 발생률까지 줄인 것.
미국 하버드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심장혈관센터 라훌 아그가왈 등 연구진이 진행한 소타글리플로진이 주요 심혈관 사건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LANCET에 14일 게재됐다(DOI: 10.1016/S2213-8587(24)00362-0).
SGLT-2 억제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이후 연구에서 심혈관 보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심부전 치료제로 영역을 확장한 바 있다.
SGLT-2 억제제의 대표적인 성분인 엠파글리프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은 EMPA-REG OUTCOME과 DAPA-HF 임상을 통해 심부전 환자의 입원률과 심혈관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고, 이외에도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 예방, 신장 보호 효과도 나타냈다.
기존 연구에서 SGLT-2 억제제는 주로 심부전과 관련된 임상 지표 개선에 효과가 있었으나,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허혈성 사건에 대한 명확한 개선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SGLT-1과 SGLT-2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억제제인 소타글리플로진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자 하는 SCORED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연구는 전 세계 44개국 750개 의료기관에서 제2형 당뇨병과 만성 신장질환(eGFR 25~60 mL/min/1.73 m²), 추가적인 심혈관 위험 요인을 가진 성인 1만 584명을 무작위로 소타글리플로진 투여군(n=5292명)과 위약군(n=5292명)으로 나눠 진행했다.
소타글리플로진군은 초기 용량으로 200mg을 1일 1회 복용했으며, 6개월 이내 내약성이 확인되면 400mg으로 증량했다. 주요 2차 평가 변수는 총 주요 심혈관 사건(MACE) 발생률로, 이는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의 복합 지표로 설정됐다.
중간 분석 결과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
총 MACE 발생률은 소타글리플로진 투여군에서 100인년당 4.8건으로, 위약군(100인년당 6.3건) 대비 23% 감소했다(HR 0.77).
심근경색 발생률 역시 100인년당 1.8건으로 위약군(2.7건)보다 32% 낮았으며(HR 0.68), 뇌졸중 발생률은 100인년당 1.2건으로 위약군(1.8건) 대비 34% 감소했다(HR 0.66).
이러한 효과는 성별, 나이, 심부전 유무, 신기능, 기존 심혈관 질환 병력 등 다양한 하위 그룹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소타글리플로진이 심근경색과 뇌졸중 모두에서 독립적인 감소 효과를 보였다는 것. 이는 기존 SGLT-2 억제제들이 주로 심부전 악화 예방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다.
연구진은 "소타글리플로진은 제2형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그리고 추가적인 심혈관 위험 요인을 가진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을 줄이고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발생률도 각각 독립적으로 감소시켰다"며 "이러한 허혈성 사건에 대한 이중 효과는 기존의 다른 SGLT-2 억제제에서는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심부전학회 관계자는 "SGLT-1은 주로 소장에서의 포도당 흡수와 관련돼 있으며, 심근과 뇌에서도 발현돼 허혈 상태에서 에너지 대사 조절에 관여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소타글리플로진의 이중 억제 기전이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률 감소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SCORED 임상은 조기 종료돼 장기적인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소타글리플로진이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서 광범위한 심혈관 보호 효과를 입증한다면 향후 SGLT-1과 SGLT-2의 이중 억제 전략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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