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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현장 지형변화에 급여제도까지…날개 단 JAK 억제제

발행날짜: 2025-02-27 11:59:29

[드럭피디아]류마티스 관절염 이어 아토피 교체투여 활성화
지난해 내과만 100여개 신규 개원…경구제 장점 작용할 듯

국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이 정부의 급여 제도 개편에 따라 들썩이고 있다.

주요 질환 별로 치료제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교체투여를 급여로 허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달부터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서 생물학적 제제와 야누스키나제(Janus kinase, JAK) 억제제 간의 교체투여를 가능해진다.

제약사들은 벌써부터 각자 나름의 전략을 마련, 임상현장 영향력 강화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치료제가 급여기준 손질로 실익을 얻을지 주목하고 있다.

류마티스에 아토피까지…사라진 처방경계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부터 약물이 주된 치료옵션으로 활용되는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급여기준을 손 보고 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것이 류마티스 관절염이다. 구체적으로 복지부는 치료에 활용되는 JAK 억제제 간 교체투여를 허용했다.

교체투여 대상 치료제는 총 네 가지다. 젤잔즈(토파시티닙, 화이자)를 필두로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 릴리), 린버크(우파다시티닙, 애브비), 지셀레카(필고티닙, 에자이) 등이다.

구체적으로 복지부는 성인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대상으로 종양괴사인자알파저해제(TNF-α inhibitor : 아달리무맙, 에타너셉트, 골리무맙, 인플릭시맵 주사제) 또는 JAK 억제제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으로 투약을 지속 할 수 없는 경우 교체투여를 인정하기로 했다.

또한 복약 순응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교체한 약제는 최소 6개월 투여를 유지하도록 권고함)도 교체투여를 인정키로 했는데, 이 경우 투여 소견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는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서도 계열 간 교체투여가 허용된다.

현재 임상현장에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쓸 수 있는 선택지는 총 6가지다.

임상현장에서 급여가 적용 중인 주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들이다. 다음 달 부터 계열 간 교체투여가 급여로 허용된다.

생물학적 제제(주사제)로 듀피젠트(두필루맙, 사노피), 아트랄자(트랄로키누맙, 레오파마), 엡글리스(레브리키주맙, 릴리)가 있으며, JAK 억제제(경구제)는 린버크(유파다시티닙, 애브비), 시빈코(아브로시티닙, 화이자),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 등이 손꼽힌다.

엡글리스만 최근 허가 돼 비급여 시장에 머물러 있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조건부 급여 판정을 받은 터라 릴리 의지에 따라 올해 상반기 내 급여 적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토피 피부염에서의 교체투여는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 간에서만 가능하다.

동일 계열 간의 교체투여는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생물학적 제제인 듀피젠트에서 아트랄자로, JAK 억제제 계열인 린버크에서 시빈코 혹은 올루미언트로 바꾸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관건은 환자 수가 가장 많다고 여겨지는 '듀피젠트' 투여 환자 중 얼마나 JAK 억제제로 교체할 것인지 여부다. JAK 억제제를 보유한 제약사들의 경우 복용 편의성을 앞세워 적극적인 임상현장 공략이 예상된다.

반대로 사노피의 경우 듀피젠트의 기존 영향력을 유지해야 하는 숙제를 받아 들었다.

양산부산대병원 고현창 교수(피부과)는 "JAK 억제제를 1차 치료제로 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물학적 제제에 한계가 있는 환자라면 자유롭게 교체투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JAK 억제제의 부작용을 두고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라는 특수성이 있었다. 아토피와는 환자 연령 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실익은 누구에게? 관심 쏠리는 JAK 억제제

이제 관심은 급여기준 변화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간 장벽이 허물어짐에 따라 변화될 처방 패턴이다.

가장 주목받는 치료제를 꼽는다면 '린버크'다.

성인 류마티스 관절염부터 아토피 피부염에 더해 강직성 척추염, 염증성 장질환(궤양성 대장염‧크론병)까지 급여 처방 영역을 확대한 가운데 이번 교체투여 허용으로 영향력 확대에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왼쪽부터 사노피 듀피젠트, 애브비 린버크 제품사진이다. 두 품목이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교체투여 과정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는 품목이다.

실제로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2023년 124억원이었던 린버크의 처방액은 지난해 급여 확대 등을 계기로 261억원으로 증가, 2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빈코나 지셀레카, 올루미언트 등 경쟁 JAK 억제제 품목들과 비교한다면 단연 처방시장에서 앞서나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과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는 린버크를 중심으로 한 약제 '순서 설정(Sequencing)'을 두고서 임상현장에서 쟁점으로 부상할 정도다.

서울아산병원 예병덕 교수(소화기내과)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항상 고민이 되는 문제다. 특히 린버크의 경우 다른 약제와 비교했을 때 임상 혹은 내시경적 측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에 최대한 미뤄 놨다 써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환자의 개인적인 질병 상태와 사회, 경제적인 면을 종합해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병덕 교수는 "린버크도 약을 질병 후반기에 쓰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뒤에 미뤄두는 것도 치료전략 면에서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질병 초기에 써서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최종적인 것은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의료대란 여파에 따라 변화된 의료현장 지형도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내과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의 신규 개원이 늘어나면서 경구제 중심의 JAK 억제제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의료대란 여파로 대학병원을 사직한 교수 출신 의료진들의 개원 사례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영업‧마케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 기준 최근 3년 간 표시과목별 의원 현황(단위 : 개)

실제로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확인한 표시과목별 의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5430개였던 내과는 1년 뒤인 2024년 4분기 5573개로 100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류마티스내과 등 자가면역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이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된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류마티스내과 원장은 "지난해 의료대란 여파로 당직 근무 등의 어려움을 겪고 교수직을 버리고 의원을 개원한 교수 출신 의료진들이 적지 않다"며 "자가면역질환의 경우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하기 때문에 대학병원과 의원 간 진료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방 류마티스내과 원장은 "기존 주사제 위주 치료제는 의료기관에서 치료제를 고시 가격대로 입고를 해서 투여하게 된다. 그대로 매출로 책정된다"며 "JAK 억제제를 활용한다면 약국에서 치료제를 받기 때문에 주사제 관리 등을 고려했을 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장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제의 선택지 넓어지면서 환자 치료전략에 대한 활용 폭도 커졌지만 의료기관 운영 측면에서도 이점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주사제에 대한 환자 심리적 부담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의료기관 운영에서도 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JAK 억제제 활용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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