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수가 협상에서 상대가치점수 변화분을 빼고 순수 진료량만으로 협상을 추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미 의원 유형에 불리한 협상이 예고된 바 있어, 이 같은 방향 변화가 어떤 여파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22일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6년 수가협상 공청회'를 열고 일방적 수가 협상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26년 환산지수 연구용역 책임자인 김진현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연구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누적된 자료에 근거한 더 객관적인 환산지수 산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환산지수는 이해관계자 간의 인식 차이 등 산출 방법과 적용방안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요양급여비용계약의 신뢰성·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 필수의료 집중인상 기준이 부재하고, 불균형 수가 장기화로 의료 공급 왜곡이 심화한 것도 연구가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적정 수가 산정 및 환산지수 역할 재정립 방안을 모색한다는 목표다.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에 활용하기 위한 환산지수 산출 결과를 제시하고,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 연계 적용 등 제도 전반에 대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것.
김 교수는 주요 연구 내용이 2026년 환산지수를 산출·비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SGR 모형과 개선 모형 등을 활용해 환산지수 산출 모형의 요소별 세부 기준을 검토하고, 개선안을 도출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요양기관 유형별 진료비 추이와 진료비 증가 기여도를 분석한다는 것.
건강보험 수가 적용 범위와 포괄적 환산지수도 산출하는데, 국민 의료비나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함께 분석한다. 이렇게 도출된 결과로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를 연계한 중장기 로드맵 및 실행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상대가치 제도의 성과와 도입과정, 운영 현황, 문제점 등을 외국 사례와 비교하는 등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한다.
그는 "환산지수 산출의 핵심은 신뢰성 있는 자료 확보다. 하지만 원가 자료는 요양기관으로부터 제공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자료의 진실성과 신뢰성을 양측 모두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SGR 모형은 통계청, 공단 등에서 공신력 있게 수집된 거시경제 지표를 기반으로 해 자료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GR 외에도 기관당 진료비 변동을 반영한 경영수지 모형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의료기관 수 증가, 인구 고령화, 비급여의 급여 전환 등 주요 변동 요인을 고려해 총진료비와 기관당 수익 변화가 수가에 반영되도록 설계돼 있다"며 "단순히 특정 행위 단가만 비교해 수가 역전을 논할 수 없다. 전체 행위와 빈도에 기초한 구조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김계현 연구부장이 요양급여비용계약제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협이 지난 2010년부터 요구해왔던 ▲재정운영위 공급자 참여 ▲조정·중재기구 신설 ▲중재 실패 시 경제지표 연계 수가 결정 ▲의원 경영지수 반영 ▲수가 계약 시 이사장 재량권 확보 ▲활동 의사 수 현실 반영 ▲의료계 자료 접근권 보장 ▲건강보험 심사 결과 지표 활용 ▲계약 대상 확대 ▲건강보험제도발전 위원회 구성 등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 연구부장은 우리나라 수가 협상은 계약 당사자 간의 동등성 및 대상 범위의 적절성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계약 방법도 공정하지 않고, 제도 운영의 합리성·투명성 역시 확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제도 개선을 위한 유연성마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관련 예시로 공단의 수가 계약 관련 권한을 위임받은 재정운영위원회가 환산지수 수준 예비 심사 및 밴딩 규모를 결정하는 등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꼽았다.
반면 환산지수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없고 이를 산출하는 연구에도 한계가 있어 신뢰성·적합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의료계가 그 근거가 되는 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형평성 문제도 강조했다.
더욱이 공급자가 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정위는 회의록상 회의 안건이나 세부 논의 내용 등 밴드 결정 근거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렇게 합리성·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밴드 인상률은 매년 2% 이내여서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로 인해 계약이 결렬될 시 중재 없이 인상률이 결정되며, 유형별 계약제로 종별 간 갈등도 야기되는 상황이다.
김 연구부장은 "수가협상은 협상과는 거리가 먼 구조다. 당일 재정소위가 최종 환산지수 조정률을 결정하고 유형별 순위 및 격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를 유형별로 통보해 수용 여부만 결정하는 것"이라며 "더욱이 이 과정에서 상호 간 입장 표명이나 의견 조율·협의 등이 전무하다. 이에 공정하지 못한 깜깜이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위 구성·권한 등에 대한 개정이나 관련 위원회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
공급자를 추가하거나 재정위 심의·의결 사항 중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삭제해 자문 정도로 역할을 한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건정심과 재정위를 통합 확대해 위원회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봤다.
수가 협상 결렬 시 이를 조정·중재할 기전을 마련하고, 공급자에게 동등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해 주요 건강보험정책 및 환산지수 외 상대가치점수 변경 사항, 전체 소요재정에 대한 내용 등 계약 범위를 확대하는 조치도 촉구했다.
김 연구부장은 "원가에 맞추는 것은 제대로 된 보상이 아니다. 합리적인 보상 수준에 대한 점검과 논의가 필요하다. 중증 등 선별적인 인상이 필요한 부분의 합리적 보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유형별로 적합한 보상 기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 제도는 국가가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는 아직 법정 지원금조차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한 별도 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제도의 미래를 위해 일방적인 정책 발표를 지향하고, 장기적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대한개원의협의회 안영진 보험정책단 부단장은 1차 의료기관 요양급여총액 증가로, 의원 유형에 낮은 수가 인상률이 예상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이는 현재도 심각한 개원가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개원가 경쟁률이 계속 치열해지는 상황도 조명했다. 지난 5년간 1차 의료기관 종사 의사 수는 26.3% 늘어 다른 종별에 비해 높은 증가세를 보인, 반면 1인당 요양급여 비용 증가율은 11.5%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15.2%와 인건비 상승률 25.2%에 못 미치는 숫자다.
개원가는 의사 수 급증과 비급여 통제 등으로 경영 상태가 악화하고 있으며, 적절한 수가 인상이 없다면 1차 의료 붕괴 사태가 점점 더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다.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부회장은 현재 수가협상은 법령을 어기는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깜깜이로 정해진 밴드를 나눠 먹는 식의 협상과 결렬 시 공급자 유형만 페널티를 받는 등 당사자 대등주의를 벗어났다는 것. 별도의 개정이 없어도 기존 법령의 자구와 취지를 충실히 따른다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지적이다.
좌 부회장은 "상대가치점수는 수가 계약의 대상이 아니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1조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심의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고시하게 돼 있다"며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건정심에서 수가 협상 당시 공단에서 최종 제시했던 1.9%의 인상분 중 1.4%를 진찰료 상대가치 점수를 인상하는 데 사용하기로 하는 등 원칙을 크게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단은 재정위 월권을 차단하고 자체적인 협상권을 갖고 수가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급자들은 공단이 아니라 재정위와 협상을 해야 한다"며 "강요된 계약은 계약이 아니라 무효다. 우리나라는 의사들의 생명권과 재산권을 지켜주지 않고 있다. 복지부와 공단은 한시바삐 비정상적인 수가 협상을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박종헌 급여관리실장은 수가 협상이 일방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밴드 설정과 관련해선 기준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SGR 모형 외에도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모형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명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과거 공급자에게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지만, 현재는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밝혔다. 공급자들이 요청하는 진료비 통계나 분석 자료는 대부분 제공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부터 재정위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도 만드는 등 밴드 결정 전 선제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산지수 인상률이 낮다는 불만에 대해선, 실제 진료비 증가 폭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의원급의 환산지수는 1.9% 올랐지만, 실제 진료비는 6.9% 상승했다는 것.
저수가 문제와 관련해선, 아직도 원가의 75% 수준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영상, 검체, 수술 등 일부 영역에서는 100%를 초과하는 경우가 있어 선택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 이번엔 상대가치 변화분을 빼고 순수 진료량만으로 협상을 추진하려는 시도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상대가치 개편으로 특정 분야의 수가가 급격히 상승했던 것을 고려한 결정이다.
박종헌 급여관리실장은 "SGR 모형은 순위와 격차를 정하는 도구일 뿐, 밴드 폭을 정하는 기준은 아니었다. 그래서 올해부턴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 모형을 만들고 있다"며 "진료비는 매년 67%씩 오르는데, 환산지수는 12%밖에 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재정 부담은 이미 목표를 초과하고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성 지적도 있는데 지금은 요청만 하면 자료를 다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는 자정 전에 협상이 마무리됐을 정도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최대한 투명하게, 각 유형에 맞춘 합리적 협상을 지향하고 있다. 밤샘 협상이나 다른 유형과 연계된 관례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