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전 세계적인 고령화로 근골격계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진 업무 부담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진단 수요 증가로 현장에선 쏟아지는 엑스레이 영상 판독이 버거워지는 실정이다.
다만 의료 AI 기술이 함께 발전하면서 이를 활용해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 예측형 모델을 넘어, 단순·반복적인 엑스레이 판독 업무가 자동화되고 있는 것. 이를 통해 의료진 부담 감소와 환자 만족도 제고를 동시에 꾀하려는 시도다.
메디칼타임즈는 그 일선에 있는 워크원오원 채동식 대표를 만나 엑스레이 자동 판독 의료 AI 솔루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고령화 시대 근골격계 질환 정조준…팍스 연동으로 편의성 높여
채동식 대표는 국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있으면서,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년기 삶의 질 저하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단순히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일상을 얼마나 건강하게 보내느냐가 핵심이라는 것. 이런 건강 관리를 위해선 잘 걷고 운동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다만 의료 관련 업무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채 대표는 이 중 AI가 가장 안전하게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 단순·반복적인 업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매일 수 없이 이뤄지는 엑스레이 판독 과정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GMSM'을 선보이게 됐다.
채 대표는 "고령화 시대에 만성 질환 중 근골격계 질환은 노년기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게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다. 이에 엑스레이를 자동 판독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의료 AI 솔루션이 얼마나 의료진 워크플로우를 방해하지 않느냐다. 채 대표 역시 이를 고민한 끝에 기존 팍스 환경 내에 솔루션을 직접 연동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진료실 의사들이 새로운 앱이나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거부감을 없애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GMSM은 의사가 처방을 내리고 엑스레이를 촬영하면 분석한 영상 지표가 팍스 화면에 자동으로 추가되는 구조로 작동된다.
채 대표는 이 같은 정량적 분석 지표가 진료실 내 환자 상담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기존엔 다리가 휘었다거나 관절염이 심하다는 식의 정성적 설명에 그쳤다면, AI 분석을 통해 ▲변형 각도 ▲관절 간격 수치 ▲골극 형성 유무 등을 직관적인 이미지와 수치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채 대표는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기존에 쓰던 팍스 환경 내에 연동되도록 솔루션을 구축해 워크플로우의 변화를 최소화했다. 엑스레이 촬영 후 AI가 분석한 수치와 선이 그려진 영상이 팍스에 그대로 뜨는 방식"이라며 "덕분에 변형 각도나 줄어든 관절 간격 수치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환자의 이해도와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GMSM 임상 현장 유용성은…엄격한 제도로 옥죄는 베트남 시장 공략
특히 채 대표는 GMSM이 임상 의사뿐 아니라 연구자와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도 유용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상 현장에서의 진료 시간 단축 및 설명 용이성 외에도, 연구자가 이미지 형태의 엑스레이를 디지털 본 마커 수치 데이터로 전환해 대규모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
특히 폭증하는 엑스레이 업무량에 시달리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약 6500명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연간 3억 건 이상의 엑스레이를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서, AI가 기본 지표를 제공하면 소견서 작성 시간이 대폭 단축되는 덕분이다.
채 대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하루에 수백 건의 엑스레이를 판독해야 하는 상황에서 AI가 정량적 지표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면 판독 소견서 작성 효율이 크게 올라간다"며 "기존 평균 두 줄에 불과하던 판독 소견서가 AI 수치를 바탕으로 5줄에서 10줄까지 풍부해져 진료의 질적 수준이 크게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업무 과중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워크원오원 역시 이 지점을 포착,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 타깃은 인구 대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현저히 부족한 베트남 시장이다. 베트남은 인구 1억 명 대비 판독 의사가 3000명 수준에 불과해 의료진의 업무 과중이 심각한 상태다.
특히 베트남 의료 체계는 엑스레이 촬영 후 15분 이내에 진료 의사와 영상의학과 의사가 교차 검증을 거쳐 실시간 판독을 완료해야 하는 엄격한 지침을 운용 중이다.
이에 따라 AI가 소견서 초안을 작성하고 의사는 승인만 누르는 형태의 솔루션 수요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현재 108 군인병원, 페니카 대학병원, 후에 종합병원 등 1000병상 이상 대형 병원들과 데모 운용 및 임상 검증을 진행 중이다.
채 대표는 "베트남은 인구 대비 판독 의사 수가 적은 데다 15분 내 실시간 더블 체크를 요구해 엑스레이 판독 로딩이 매우 심하다"며 "GMSM이 실시간으로 소견서 초안을 작성해 주면 승인만으로 판독이 완료돼 현장 호응이 높다. 베트남 대형병원들과의 공동 임상 검증을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OTA 모델 비교 및 외부 교차 검증…다각도 평가로 신뢰성 확보
다만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의 보수적인 특성상, 여기 적용될 AI를 논할 땐 안정성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아직까진 관련 기술이 환각 현상(할루시네이션) 등 오류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일선 의료 현장의 반응이다.
채 대표 역시 GMSM을 개발할 때 정확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솔루션의 객관적 정확도와 신뢰성 확보를 위한 다각도의 검증 절차를 거쳤다는 설명이다.
현재에 와선 최고 기술 수준을 의미하는 SOTA(State-of-the-Art) 모델 등 의료 AI 성능 평가를 위한 객관적 기준이 정립된 만큼, 경쟁 비교를 통해 정확도를 고도화하고 있다는 것.
의료기기 등급에 따른 단계별 검증 체계도 갖췄다. 이미지 세그멘테이션 및 측정 위주의 1등급 영역에선 SOTA 모델과의 성과 비교로 95%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등급 이상 영역에선 제3의 기관 데이터와 새로운 촬영 장비를 활용한 임상 시험으로 외부 교차 검증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채 대표는 "모델 자체의 분석 성능은 SOTA 모델과의 비교를 통해 객관적인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며 "진단 유무가 포함되는 단계에선 여러 병원 의료진과의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학습에 사용되지 않은 외부 장비 및 환경의 데이터로 교차 검증을 거쳐 객관적인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 고무적이나 한계 여전 "개발 초기부터 현장과 융합해야"
의료 AI 산업을 둘러싼 국내 제도 환경에 대해선 양면성을 띠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채 대표는 GMSM 개발 당시 미흡했던 제도로 난항을 겪었던 일을 회상했다.
의료 AI 솔루션은 무형의 소프트웨어임에도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이 적용돼 멸균이나 무균 포장 항목에 체크해야 하는 혼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디지털의료기기법 제정 등 전용 법체계가 마련되면서 사이버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중심으로 규제가 합리화되는 추세다.
반면 의료 현장에 안착하기 위한 수가 체계에는 여전히 실무적 장벽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현재 GMSM과 같은 포괄적 엑스레이 판독 보조 소프트웨어는 별도 수가가 없어 혁신의료기술 트랙을 통한 비급여 진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비급여 적용 시 환자마다 일일이 비급여 동의서를 받아야 해 행정적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이다.
채 대표는 "과거에는 무형의 소프트웨어에 멸균이나 포장 규제를 적용하느라 혼란이 컸지만 다행히 디지털 의료기기에 맞는 기준이 갖춰지고 있다"며 "다만 혁신의료기술 비급여 트랙 진입 시 약 3100원의 수가를 얻기 위해 매번 환자 동의서를 받아야 해 현장 부담이 크다. 일정 횟수 단위의 동의서 면제나 통합 동의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이어 "평가 유예 제도를 통해 3년에서 5년 동안 비급여 수가를 얻으면서 실제 임상 현장의 데이터를 축적해 신의료기술 평가에 대비할 수 있는 틀은 마련돼 있다"며 "현장 유입을 가속화하기 위한 실무 절차의 간소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채 대표는 의료 AI 기술의 성공적인 현장 안착을 위해 개발 초기부터 임상 현장과의 밀접한 융합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AI 의료기기는 컴퓨터공학과 임상의학이 맞물린 복합 융합 분야인 만큼, 개발 후 임상 시험을 추진하는 이원화된 방식으로는 임상적 유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개발 단계부터 의사와 함께 안전성과 유효성을 지속 검증하고 수정해 나갈 때, 실제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혁신 솔루션이 탄생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채 대표는 "AI 소프트웨어를 먼저 만든 뒤 나중에 의료기기 입증을 위한 임상 시험에 나서는 방식은 임상 유용성 검증 실패나 현장 수요와의 불일치를 야기할 수 있다"며 "개발 시작 단계부터 의료진과 소통하며 유효성을 체크해 나간다면 진행은 다소 더딜지라도 의료 현장에 진짜 필요한 완성도 높은 제품이 완성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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