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내년부터 학생 검진이 국가건강검진 체계로 편입되는 가운데, 발견된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를 실제 치료·관리로 연결할 사후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질환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의료기관이 연계해 실질적인 생활 습관 교정과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28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실은 대한비만학회와 '소아·청소년 비만 국가관리체계 구축' 토론회를 열고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소아청소년 과체중·비만 "국가 검진으로 생애 주기 연계해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재현 보건통계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소아청소년 과체중·비만 증가의 심각성과 학생 검진 체계 개편의 의의를 조명했다.
김 이사는 교육부 통계를 인용해 현재 학생 연령대의 과체중 및 비만 비율이 30%에 육박하며, 남학생의 경우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고 짚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급증한 비만율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비만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이 연령대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존 학생 검진 체계의 한계도 지적했다. 학교장이 검진 기관을 지정해 단체 검진을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개별화된 상담이 부족했고, 검진 결과가 종이 검사지 등을 통해 관리되면서 생애 주기별 건강 데이터와 연계하기 어려웠다는 비판이다.
특히 비만 학생만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진행해 대사질환 위험이 높은 과체중 학생들을 놓치는 사각지대가 존재했다는 것.
하지만 김 이사는 내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위탁으로 전환되는 새 체계에선 이런 문제들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직접 검진 기관을 선택해 원하는 시기에 검진받을 수 있고, 혈액 검사 대상도 과체중까지 확대되면서다.
이렇게 대사질환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는 한편, 검진 결과를 영유아기부터 성인기까지의 건강정보와 연계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는 대신 신체 활동과 식생활, 흡연·음주 등 건강 위험 요인에 대한 문진과 교육·상담 기능도 강화된다.
다만 김 이사는 새 제도의 안착을 위해선 검진에서 발견된 건강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검진 기관과 학교, 지역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건강 습관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일선 의료진이 상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정책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통계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 이사는 "단순히 검진을 시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제가 발견된 아이들을 어떻게 케어하고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중요하다"며 "특히 생활 습관 교정을 위한 상담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만큼, 일선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그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견해도 치료 깜깜이…검진·진료 잇는 코디네이션 필수
이어진 발제에서 대한비만학회 홍용희 소아청소년이사는 학생 검진 이후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표준화된 관리 경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홍 이사는 기존 학생 검진에서도 비만이나 건강 이상을 발견하는 기능은 작동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진단과 치료로 연결하는 체계가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한 고등학생은 학교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280이 확인됐지만 전문 의료기관 방문까지 수개월이 소요됐다. 또 다른 학생은 검진에서 혈당 이상을 확인하고도 적절한 관리로 이어지지 못하다가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다.
이는 학교나 보건교사, 1차 의료기관 중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검진 결과를 실제 진료로 연결하고 이후 경과를 확인하는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그는 소아청소년 비만은 본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신체적·심리적 발달 과정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인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단발성 진료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 6개월 정도 아이들을 반복적으로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지역사회 중심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를 위해 보건소 등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지역 의료기관을 방문했는지, 관리가 지속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케어 코디네이션 기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홍 이사는 "검진과 진료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건강검진은 이상 소견을 선별하는 과정일 뿐 진단과 치료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학교와 보건소, 지역 의료기관을 연결해 검진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표준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상담 수가 촉구…정부 "보건소·학교 중심 체계 구축"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사후 관리 체계를 실제 작동하게 만들 재원 마련과 부처 간 협력 방안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한비만학회 김민선 이사장과 박정환 정책이사는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교육·상담 수가 마련을 촉구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약물 치료에 제약이 있어 생활 습관 교정과 지속적인 상담이 중요한데,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 단계부터 관리를 이어갈 수 있는 보상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이사장은 맞벌이 부모들이 자녀를 지속적으로 병원에 데려가 관리받도록 하는 데 경제적·시간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짚었다.
박정환 이사 역시 생활 습관 교정과 교육상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도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특정 대상부터라도 교육·상담 수가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제안이다.
김민선 이사장은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면 건강보험을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이런 질환이 생기기 전부터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학교와 가정이 함께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인력과 재원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대한비만학회 이재혁 총무이사는 성인 건강검진과 소아 검진의 차이를 짚었다. 성인은 검진 유소견자가 병원 진료로 이어지며 의료기관의 수익 구조에 부합하지만, 소아는 약제 처방보다 상담과 운동, 영양 관리 등이 중요하다는 것. 이에 따라 수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선 병원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소아청소년을 진료할 수 있는 지역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검진 이후 진료 연계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우려했다. 소아 비만은 그 특성에 맞는 새로운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이에 정부는 보건소와 학교를 중심으로 한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전은정 과장은 학생 건강검진의 건강보험공단 위탁 운영에 따라 학부모들이 건강보험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자녀의 검진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부터 보건소가 중심이 돼 학교와 연계하는 소아 비만 관리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의 낙인 효과를 우려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되, 비만 아동의 보호자를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는 설명이다.
전 과장은 "비만 아동만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참여 자체가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다만 실제 관리가 필요한 비만 아동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보호자를 대상으로 별도 관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보 연계와 관련해선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검진 결과를 사후관리 기관에 전달하려면 별도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다만 의료계가 제기한 건강보험 적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뇨병이나 간질환, 고지혈증 등 동반질환이 확인되면 해당 질환에 대한 진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민선 이사장은 합병증이 발생한 이후의 치료뿐 아니라 질환이 발생하기 전부터 비만을 관리할 수 있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김태환 서기관은 학생 건강검진이 평소 이용하는 의료기관에서 검진과 진료를 연계하는 주치의 개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고 있다고 전했다.
문진 항목을 질병 유무 확인에서 신체 활동 및 식생활 중심으로 개편해 자연스럽게 전문가의 교육과 상담으로 연계되도록 설계했다는 것.
검진 기관이 15일 이내에 결과를 회신하도록 의무화해 신속한 사후 조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으며, 학생 건강 기록부의 전산화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초등학교 저학년의 신체 활동 시간을 확대하고 영양 교육을 강화하는 등 학교 내에서의 일상적인 비만 관리 대책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가 검진 결과의 신속한 통보와 보건소 중심의 시범사업 구상을 제시한 것과 별개로, 의료계가 요구한 교육·상담 수가와 지속적인 추적관리를 위한 재원 확보 방안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혁 이사는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과 달리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제한적이고 상담과 운동, 영양 관리 등이 주요 치료 방법이다"라며 "이러한 치료에 대한 급여나 비용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소아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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