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 진단 한의원을 옹호했던 보건복지부가 사주팔자로 진단이 가능하다는 한의원의 위법성 여부에도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사주팔자 진단에 우려를 나타낸 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자문에도 불구하고 판단을 유보한 만큼 복지부의 책임 회피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22일 대한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사주팔자 한의원에 대한 최종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특위는 "손금으로 병을 진단한다"는 한의사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민원을 넣은 바 있다.
사주팔자는 출생한 연ㆍ월ㆍ일ㆍ시(年月日時)와 음양, 오행의 조화 등을 조합해 운명의 길흉(吉凶)을 판단하는 것으로 '진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
한특위는 해당 행위가 비과학적이고 근거 없는 행위로 의료인의 의무 망각에 해당하기 때문에 의료인의 품위 유지를 요구한 의료법 66조 등을 위반했다고 봤지만 복지부의 결론은 달랐다.
"사주팔자로 진단한다는 내용만으로는 위법성을 판별할 수 없다"는 다소 애매한 결론을 내놓은 것.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의료법 제2조에 따르면,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있다"며 "한방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별다른 규정이 없는 바, 관련 헌재 판결에 따르면 '우리 옛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이라 판시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한의약육성법은 '한의약이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해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라고 해석한다"며 "의료법 등 관련 법령에서는 특정한 의료행위가 허용 또는 금지되는지 여부에 관해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그렇기 때문에 특정 행위가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의료행위의 태양 및 목적, 학문적 기초, 전문지식에 대한 교육 정도, 관련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한특위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제기한 민원에 대해 수 차례 답변을 연기한 끝에 내놓은 결론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복지부가 자문을 거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마저 "사주팔자 진단은 옳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책임 회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권철 한특위 위원장은 "복지부의 최종 입장이 무려 6개월만에 나왔다"며 "본 위원회는 이번 사안이 지난번 손금진단과 더불어 '한방사는 사주팔자로 진단하는 사람들임을 정부에서 사실상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론에는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한의약정책과, 보건의료연구원, 종로구 보건소가 관련된 사안이다"며 "작년 10월에 사주팔자를 보고 진단한다는 한방사들에 대한 민원에 한의약 정책과는 '지역 보건소에 물어보라'고 발뺌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종로구 보건소는 "질병진단에 한방사들이 사주 팔자 이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냈다는 게 한특위 측 주장.
한특위는 "반복된 민원에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는 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자문을 얻겠다고 했다"며 "보건의료연구원이 '사주팔자로 진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서를 보냈는데도 최초 민원 제기 후 6개월만에 내린 결론이 고작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에 의협 관계자는 "복지부가 손금 진단 한의원에게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만큼 사주팔자 진단 한의원에 처벌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며 "전례가 있는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길흉화복을 점치는 사주팔자를 통해 병을 진단한다는 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이번 복지부의 결론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수준의 현 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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