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전면 개정된 정신보건법 시행을 앞두고 의사들 사이에서 집단 거부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심지어 환자들마저 법 시행을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신과 관련 단체들을 중심으로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신보건법을 전면 거부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의료계는 개정된 정신보건법 중 제43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4항에 의해 환자 입원 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전문의 2명 이상의 입원진단이 있어야 가능한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국·공립정신의료기관 또는 복지부가 지정하는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1명 이상을 포함해 전문의 2명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이후 계속 입원이 가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신과 관련 단체들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집단 반발하고 있다.
공동성명에 참여한 단체들은 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신장애인인권침해 및 차별철폐국민운동본부, 대한정신약물학회, 대한우울조울병학회, 한국정신신체의학회, 대한불안의학회 등 8개 단체다.
즉 전체 정신과 관련 단체들 모두 법 시행에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의사들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인가족협회 등 환자단체들마저 관련 법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 7개 단체들은 "법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신질환 장애우 및 그 가족들과 전문가 집단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 되지 않은, 당사자 모두가 반대하는 기형적인 형태의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비자의 입원 시 서로 다른 의료기관 2명 이상의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전문의 2인의 교차 진단으로 진단의 정확성를 높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비자의 입원 절차에서 발생하는 환자 및 보호의무자의 인권을 보장할 수는 없는데다 전문의의 진단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으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정신의료기관에 보낸 '공문'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정신과 봉직의협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연간 수십만건이나 되는 입원소견을 감당하는데 어려움이 일자 이를 민간정신의료기관에까지 확대하려고 현황을 파악하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며 "이는 법안의 시행이 불과 5개월 남은 시점에서 2차 진단 전문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성을 띈 국·공립 병원의 전문의에게 2차 진단을 맡기겠다는 법안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며 "연간 최대 320억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 될 것으로 예상되나 복지부는 한 푼의 예산도 책정하지 않았고, 법의 취지를 훼손하며 민간의료기관에 모든 비용과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이러한 정신과 관련 모든 단체들이 반발함에 따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학회 차원의 정신보건법 대응 TF를 구성, 정부 및 대국회 차원의 문제점을 적극 설명하기로 했다.
TF팀장을 맡은 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차기이사장(서울대병원)은 "19대 국회 당시부터 문제를 제기했지만, 졸속으로 법안이 통과돼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복지부는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입장인 것 같은데, 당장 5월 말에 법안이 시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몇 가지라도 서둘러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법안 시행에 최소한의 준비도 안된 상태로, 이 같은 문제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며 "학회 차원에서도 예산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이 법안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현재 공청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고, 향후 전방위적으로 문제점을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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