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보건복지부 상반기 정기인사 평가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은 17일자 과장급 인사를 끝으로 올해 상반기 정기인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노인정책관 등 일부 비어있는 국과장 자리는 이달말 채워질 예정이다.
이번 인사 관전 포인트는 일반직 고위공무원 승진과 보건의료 부서 과장급 배치였다.
부처 내 복도통신을 통해 다양한 인사설이 회자됐으나, 대부분 빗나갔다.
일반직 고위공무원에는 박금렬 과장(행시 34회, 성균관대)과 이민원 해외의료사업지원관(행시 37회, 연세대)이 낙점됐다.
관심이 집중된 이창준 보험정책과장(행시 37회, 한국외대)은 정기인사 승진에서 또 다시 제외됐다.
복도통신 빗나간 인사설…이창준 과장 고공단 제외 "안타깝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이창준 과장의 능력과 경륜에 비춰볼 때 "너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일반직 고위공무원 인사가 빠르면 3월 중 있을 것으로 예상돼 청와대 인사 발령 명단에 그의 이름이 포함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인사는 가장 큰 특징은 과장급에서 두드러졌다.
당초 2년 넘은 정영훈 의료기관정책과장(행시 40회, 서울대)을 제외하곤 보건의료 부서 과장급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보건의료 핵심부서 과장 교체…의료계·제약계 긴장감 '고조'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상황은 달라졌다.
왼쪽부터 손영래, 정은영, 곽명섭, 김국일 과장.
의사 출신 손영래 의료자원정책과장(서울의대)과 약사 출신 정은영 의료기관정책과장(서울약대) 그리고 변호사 출신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성균관대), 김국일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행시 43회, 고려대) 등 핵심부서 과장을 상당수 교체했다.
의료계와 제약계 모두 '의외 인사'라는 반응이다.
직전 이스란 의료자원정책과장(행시 40회, 건국대)은 부임 7개월도 못 돼 주무과장인 보육정책과장으로 영전됐으며, 고형욱 보험약제과장(행시 43회, 성균관대)은 1년 2개월 만에 사회보장총괄과장으로 이동했다.
흥미로룬 사실은 의료기관정책과장과 보험약제과장의 경우, 전문직위제로 3년 임기보장이나 이번 인사를 통해 '공무원=바둑돌'이라는 관료사회 한계를 재입증했다는 것.
그렇다면, 의사와 약사, 변호사 출신 서기관을 왜 보건의료 핵심부서에 전진배치했을까.
차관부터 실국장 모두 고시파로 겹겹이 둘러싸인 복지부 생태계에 비춰볼 때 상당한 파격 인사인 셈이다.
의료자원정책과 손영래 과장의 경우,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따른 초기 단계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간사 역할을 맡아 수련제도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과 함께 의료계 손톱 밑 가시인 의료인 행정처분 그리고 간호인력 역할, 신의료기술 등을 총괄 지휘한다.
보험급여과장 시절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급여화에 탁월한 기획력을 보인 전력에 입각하면 수련제도 개선과 의료인 행정처분 모두 새로운 형식으로 재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영래·정은영·곽명섭, 전문가 출신 기획·추진력 겸비한 선수들
의료기관정책과 정은영 과장은 전국 병원장들과 치열한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공포된 병상 간 이격거리 의무화와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강화 그리고 의료법인 인수합병, 병원급 비급여 조사 등 규정과 법령 모두 전국 병원들 경영과 직결된 현안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와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여년 근무한 비고시 서기관들의 보건의료 부서 배치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그가 해외의료진출과 신설 초기 과장직을 수행하며 중동과 유럽 등 외국인환자 유치와 보건산업 해외진출 판로 개척을 위해 현지에서 발로 뛰며 상대국 고위층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 섬세함과 추진력을 지닌 '여장부'로 평가받았다는 점은 의료계가 주목할 부분이다.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의 경우 독특한 캐릭터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복지부에 입사한 법률 전문가로 타협보다 원칙을 고수하는 성향이 강해 제약사 대관업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관비서관으로 1년 넘게 근무하면서 정 장관 일정을 원칙에 입각해 편성해 장관으로부터 "곽 과장이 뺑뺑이 돌린다"는 농을 들을 정도였다.
그는 업무가 아니면 개인 만남을 자제하는 스타일이다. 일례로, 성균관대 법대 동기이자 절친인 의사 출신 이경권 대표변호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와 가끔 만나 소주잔을 기울여도 회사(복지부)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물어도 답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기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비고시 출신 베테랑 서기관들의 보건의료 부서 배치이다.
의료자원정책과 이영일 서기관은 다년간 지속한 의료인 행정처분 업무를 부서이동 없이 이어가고 있으며, 의료기관정책과 하태길 서기관(서울약대)은 약사 출신이자 행정고시 출신으로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등을 전담하고 있다.
비고시 출신 베테랑 서기관들, 보건의료 부서 배치 '주목'
보험정책과로 이동한 송병일 서기관은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을 총괄하고 있으며, 보험약제과 황영원 사무관은 제약사 리베이트 행정처분과 실거래가제를, 보험평가과 김기철 서기관은 요양기관 현지조사를 전담하는 등 20여년 경력의 부서별 안살림을 맡고 있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이번 정기인사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의약사와 변호사 출신 공무원을 너무 배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다른 한편에서는 보건의료 정책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 출신 공무원을 전진 배치해 소통과 신뢰를 강화하겠다는 긍정론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보건의료 현장을 중시한 정진엽 장관의 의지가 이번 정기인사에 투영됐다는 시각이다.
한 공무원은 "의약사와 변호사 출신을 보건의료 부서 과장에 발령한 것이 특별한 배경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 과장들 모두 기획력과 추진력 모두 높게 평가받는 공무원"이라면서 "공무원 업무는 성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이들 과장들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전문가 출신을 주요 부서에 배치한 것은 이례적인 인사로 의료인 출신 장관 의지가 투영된 것 같다"고 전하고 "어찌 보면 현 장관의 마지막 정기인사로 보건의료 주요 부서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이미 시작된 조기 대선 정국 속에 정진엽 장관이 현 정부에서 단행한 사실상 마지막 정기인사를 향후 어떻게 평가할지 보건의료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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