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병원 교수 창업에 바람이 불고 있다.
실제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교수 창업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의료기기서부터 최고난도로 꼽히는 항암,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까지 도전 분야도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나타났으며, 최근에는 급기야 관련 학술연구를 책임지는 학회도 창립됐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제약‧바이오나 의료기기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피부로 느끼는 전문가인 의사 창업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정부도 응답하고 있다.
2010년대 연구중심병원을 시작으로 개방형 실험실 제도나 다양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대학병원 임상 교수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연구용역 수주를 계기로 창업까지 도전한 대학병원 교수 사례가 일반적인 방식으로 통한다.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대학병원 교수 창업 밑바탕이 됐던 정부 연구용역이 이들의 한계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일부 창업에 성공해 주식시장 상장으로까지 이어지는 대학병원 교수들도 존재하지만, 일부는 정부의 연구용역 수주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기업들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좀비기업'이라고 칭할 정도로 이제는 일반화되기에 이를 정도다.
매년 1월부터 3월 사이 정부의 연구용역을 수주하기 위한 대학병원 교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스타트업 CEO이기도 한 대학병원 교수는 "매년 초 창업에 도전한 의사들은 정부 연구용역 수주를 위해 제안서를 쓰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라며 "연구용역 수주 여부가 기업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사업화는 늦어지고 정부 연구용역으로만 운영되는 좀비기업이 될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물론 대학병원 교수 창업은 제약‧바이오나 의료기기 미충족 수요를 채울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해법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더 늘어나야 하는 부분임은 틀림없다.
다만, 이제는 교수들이 가지고 있는 의학적 지식을 성공적으로 사업화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인 시스템 마련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이들이 창업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고서는 결국 논문이나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로 머문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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