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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의사 고갈론 현실로 "심폐소생 시급하다"

발행날짜: 2022-06-17 17:54:24

흉부외과학회, 50대 이상 고령 의사 60% 상회 우려감
"수가 낮고 선진 치료재료‧기기 도입 늦은 총체적 난국"

흉부외과 의사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제도적인 지원 미비 속 흉부외과 지원하는 의사들의 명맥이 끊기면서 자칫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인데 이는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와도 같은 경향. 급기야 흉부외과 의사들은 정부를 향해 진료과목을 살려야 한다며 주장하고 있다.

자료사진. 흉부외과학회가 춘계학술대회 개최하며 전문의 수급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정부 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한 해 흉부외과 지원자가 23명에 불과한 현실 속에서는 국가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수의료를 지탱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국내 흉부외과 전문의 중 61% '50대'

17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이하 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등록 전문의 회원은 2022년 현재 1535명이며, 이중 65세 미만의 활동 연령 전문의는 116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50대 이상 회원은 60.8%인 707명으로, 전형적 역 피라미드식 고령화 구조를 보인는 점이다.

더구나 '외과' 계열 대표적인 기피과로 인식이 고착화되면서 젊은 의사들의 지원도 이제는 ‘0’를 걱정할 처지다.

2009년 이후 수가 가산금 지원에도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매우 낮으며, 현재 정원의 50% 정도만 충당되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에도 지원자는 23명에 불과했다.

흉부외과학회 김경환 이사장(서울대병원)

그마저 전국 전공의 중 70%에 가까운 전공의는 서울 경기에 집중돼 있다. 1, 2, 3, 4년차에 모두 전공의가 존재하는 전통적 수련시스템이 작동하는 수련병원은 전체의 7.4%인 5개 병원에 불과(서울대병원,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울산대 아산병원, 전남대병원, 부산대병원)한 상태다.

흉부외과학회는 앞으로의 10년이 더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활동 전문의 1161명의 37.5%, 436명이 10년 내 정년퇴직을 하게 되며, 현재 추세면 전문의 충원은 10년간 200명 내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계산대로 된다면 10년 후에는 전체 활동 흉부외과 전문의 수는 1000명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

흉부외과학회 김경환 이사장(서울대병원)은 "흉부외과 전국 수련병원이 45개로 전공의 TO도 매년 줄어들면서 현재는 45명"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진료과목처럼 3년제로 전환할 생각이 없다. 힘든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의료교육을 한다는 의미에서인데 이렇게 가다간 수술할 수 있는 전문의가 고갈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비현실적 행위‧기기 수가 시스템 붕괴 부추긴다"

흉부외과학회는 의료행위, 치료‧의료기기에 대한 수가가 진료과목 붕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행위 중에선 대표적인 항목이 흉부외과 수술 중 빈도수가 가장 많은 폐암 폐업 절제술(4시간이 소요, 5명의 의료진 필요)이다.

수술료는 150만원으로 그 중 20% 정도가 의사 인건비로 책정돼 전문의의 시간당 7만 5000원이 지급기준이 된다는 것이 흉부학회의 설명이다.

가령 2020년 12월 기준 코로나 진료 파견 의료인 시간당 급여 기준을 보면 11만 8750원이다. 폐업 절제술 시 흉부외과 전문의의 시간당 급여기준과 비교하면 158.3%로 해당되는 것이다.

해외와 비교하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의 경우 대동맥 박리증 수술료는 6335만 9385원으로 산정돼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14.1%인 896만 8140원으로 책정돼 있다.

흉부외과학회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은 "미국 대비 수가는 14.1 수준이다. 위기의 원인은 저수가 제도에 있다"며 "심지어 에크모(ECMO) 활용을 위한 체외순환사 등 흉부외과 보조 인력에 대한 관리비가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가 개선한다고 하지만 붕괴속도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이사장 역시 "진료보조 인력(PA)의 평가는 이중적인데 흉부외과학회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점이 있다"며 "PA가 의사를 대신한다고 하는데 대신할 수가 없다. 엄밀히 말하면 의사가 모든일을 다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의사가 위임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경환 이사장은 "이전에는 인턴과 레지던트가 했던 일을 하는 것인데 결국 이 모든 것이 흉부외과 의사들의 번아웃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흉부외과학회는 필수 치료‧의료기기 제도의 허점도 지적했다.

현재 흉부외과 관련 필수 치료재료 혹은 일반 의료기기의 경우 국내의 낮은 수가와 진료과목 특성상 희소 의료로 대규모 연구 등이 부족으로 국내 조기 도입이 불가 돼 의료 질 저하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일반 판막, 심폐기용 캐뉼라 등 외국에서 과거에 쓰이던 의료재료가 국내에서는 최신 제품으로 유통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의료 기술의 도입은 늦어지고 있다는 흉부외과학회 설명이다.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은 "희소 의료기기와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인증된 흉부외과 수술 관련 의료기기 제품(FDA)에 대한 식약처 및 복지부의 허가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이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환자는 과거의 치료방식으로 치료를 받게 되며, 국내의 흉부외과 관련 의료 질은 하락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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