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사들의 짧은 진찰시간이 저수가에서 기인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진찰시간을 고려한 보상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의 진찰시간 현황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연구는 OECD 통계와 선행연구들을 이용해 진찰시간과 여러 의료현상과의 상관성을 비교·분석한 내용이다.
또 2020 전국의사조사(KPS) 자료를 이용해 우리나라 의사의 진찰시간 현황과 이와 관련된 요인들을 비교·분석했다. OECD 국가 진찰시간과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횟수,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 의료수가 등의 상관관계 분석도 담겼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의사 방문횟수는 17.2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의사가 연간 진료하는 환자 수도 6989명으로 가장 많다. OECD 평균 연간 의사 방문횟수는 6.8회며 평균 진료환자 수는 2122명이다.
그 결과 진찰시간이 짧은 국가일수록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횟수가 높고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가 많았다. 반면 의료수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의료수가가 낮은 국가일수록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횟수가 높으며,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 역시 많게 나타났다.
2020 전국의사조사 자료를 활용해 우리나라 의사의 진찰시간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외래 진찰시간은 초진은 11.81분, 재진은 6.43분으로 나타났다.
진찰시간 비중은 초진은 문진(39.42%), 상담 및 교육(23.67%), 신체검진(23.20%), 진료기록 및 처방전 작성(13.72%)이었다. 재진은 문진(35.05%), 상담 및 교육(27.24%), 신체검진(22.49%), 진료기록 및 처방전 작성(15.22%) 순이었다.
의사 1인당 일주일 동안의 진료환자 수는 초진 평균 39.70명, 재진 평균 125.25명으로 나타났다.
의사 1인당 진료환자 수가 증가할수록 초·재진 진찰시간이 모두 감소했으며, 의사가 '상담 및 교육'에 시간을 더 할애할수록 초·재진 모두 진찰시간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 특히 초진에서는 '문진'에, 재진에서는 '신체검진'에 시간을 더 할애할수록 진찰시간이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또 초·재진 진찰시간이 증가하고 의사가 '상담 및 교육'에 시간을 더 할애할수록 진료만족도는 증가하는 반면, 번아웃은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진찰시간 관련 정책대안을 제안했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소요되는 환자 소아·임산부·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가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단기적으로 현재 시범사업 중인 심층진찰 시범사업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현실화하고, 현행 만성질환관리제 대상 질환을 외과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투입 시간에 따라 진찰료를 차등하는 제도를 고려하되, 환자의 지불의사가 있고 의사도 만족할 수 있는 적정 수가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전했다.
의정연 우봉식 소장은 "최근 필수의료 강화방안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건강보험 수가는 검사료와 영상진단 및 치료료 이외는 전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찰료의 경우 원가보전율이 49%에 불과했다"며 "진찰은 진료의 기본이 되는 의료행위임에도 낮은 진찰료를 많은 양의 진료로 커버하는 박리다매식의 3분 진료문화가 고착돼 의료체계 왜곡이 가속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로 인해 의사와 환자의 불신이 심화하고 그 결과 진료실 폭력 등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라며 "의사가 충분한 진찰시간을 가지고 진료함으로써 환자의 마음까지 살필 수 있도록 그에 상응하는 적정 보상이 이뤄져 바람직한 진료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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