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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째 이어온 수탁검사 할인…행정예고 논란 왜?

발행날짜: 2023-01-19 05:30:00

복지부 고시안에 할인율 명문화…사실상 10% 이하만 허용
의료계 "검사료 시장에 맡겨달라" 검체검사 시장 경직 우려

검체검사 수탁인증 규정 변화로 내과 개원가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떠들썩하다. 보건복지부의 행정예고 후폭풍으로 일선 개원가 경영상 파장이 예상된다는 우려다. 문제가 터진 배경을 짚어보고 향후 어떤 여파가 있을지 진단해보자.

먼저 현재 의료계가 걱정하는 바가 무엇인지부터 짚어보자. 일선 의료기관들의 우려는 검체검사 위·수탁 과정에서 유지해왔던 수익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에서 시작한다.

그들의 고민을 정확히 알려면 검체검사 위탁기관과 수탁기관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선 개원가도 대형병원만큼은 아니지만, 환자 진단에 필요한 간단한 검사를 진행한다. 다만, 공간상 및 인력상 제한적이다보니 외부로 검체검사 결과를 위탁한다.

의료기관은 검체검사를 맡기는 위탁기관으로, 검사를 의뢰받아 진행하는 업체는 수탁기관으로 위·수탁기관 관계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수탁기관은 일종의 마케팅 일환으로 수탁검사료 할인율을 적용해왔고, 이는 수십년간 이어져왔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처럼 위·수탁기관간 관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왜 위탁기관 즉, 일선 의료기관들은 갑자기 경영 차질을 걱정하는 것일까. 하나하나 살펴보자.

현재 논란의 발단은 2021년 수탁업체 3곳이 '인증' 취소 결정을 받으면서부터다. 사실 이전까지는 '인증' 규정을 두고 있긴 했지만 실제로 '취소'된 사례는 없었다.

'인증' 규정을 마련한 이유는 앞서 설명한 위·수탁 기관간 거래 과정에서 간혹 무리한 할인율을 적용하는 사례가 발생해 검체검사 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을 관리하기 위함이다.

혹시라도 위탁기관이 검체검사 의뢰를 빌미로 수탁기관에 과도한 할인율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고, 반대로 수탁기관간 높은 할인율을 내세우며 출혈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차단하고자 진단검사의학회, 병리학회, 핵의학회 등 관련 학회 '인증'을 진행해왔다.

지난 21년, 첫 인증취소 사례가 확인됨에 따라 복지부는 그에 따른 행정처분을 준비했다. 기존 규정에는 인증취소시 수탁검사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사실상 수탁기관 폐업 수순을 밟는 셈.

지난 21년 인증 취소를 당한 업체 3곳은 수탁검사비를 받지 못하는 위기에 몰리자 정부에 "과도한 처사"라며 읍소하기에 이르렀다.

복지부 차원에서도 기존 수탁업체가 폐업하기 보다는 정상궤도에서 역할을 해주는 편이 기존 인프라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일. 복지부는 학회 중심의 '인증' 조직을 정부 중심으로 개편하고 수탁검사비 30%를 지급키로 완화했다. 해당 업체의 숨통을 열어준 것.

여기까지 보면 의료기관에 경영적 타격을 왜 우려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복지부 행정예고 내용은 인증취소된 수탁기관이 타격이 워낙 커 이를 완화해주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일선 의료기관이 주목하는 부분은 여기서부터다.

지난해 3월, 복지부는 수탁기관 '인증' 잣대로 수탁검사비 할인율 위반 여부를 포함했다. 할인율 15%미만은 1점, 할인율 15%이상~30%미만은 2점, 할인율 30%이상~50%미만은 3점, 할인율 50%이상~70%미만은 4점, 할인율 70%이상은 5점.

이와 더불어 위반사항이 1개월 이상 또는 1회를 초과하면 2점, 1개월 미만 또는 1회인 경우 1점 벌점을 부여한다.

복지부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고시안 중 일부. 할인율에 따른 벌점을 명문화했다.

또한 총점이 3점 이하 즉, 검체검사료 할인율 30%이상~50%미만 기준을 1회 위반하면 검체질 가산 1분기를 제외한다. 4점이상~5점이하는 1주 수탁인증을 취소하고 최대 8점이상은 4주간 수탁인증이 취소된다. 또 최대 벌점 8점이상으로위반건수가 3회이상 되면 12주간 수탁인증을 취소한다.

결국 총점 3점 미만을 유지해야 하는건데, 복지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인력기준을 총족하고 인증기관별 질 평가도 A등급인 것을 전제로 수탁검사료 할인율 30%미만이어야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게다가 인력기준 및 질 평가를 고려해 할인율 벌점을 0점을 받으려면 검체검사료 할인율은 10%만 받아야 가능하다. 할인율 15%미만도 1점 벌점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기존 규정에도 70%이상 과도한 할인율에 대해선 패널티를 적용했지만 이처럼 세부적으로 명문화한 것을 처음이다.

그렇다면 현재 검체검사 할인율 수준을 어느정도일까.

과거 수년째 수탁검사기관들의 주장을 보면, 검체검사료 할인율이 50~60%에 달해 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해왔다. 이어 검사비 할인율을 20~30%까지만 낮춰주더라도 양질의 수탁검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즉, 검체검사별로 차이가 크지만 현재 시장에선 상당수 50~50% 혹은 그 이상의 할인율이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 이를 10%까지 줄일 경우 의료기관 입장에선 그만큼의 수익에 차질이 발생한다. 정부가 행정예고한 고시안과 현실의 갭만큼 일선 의료기관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한의사협회와 내과의사회는 복지부와 만나 의료계 내부 협의를 완료하기까지 고시 시행을 연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검체검사 수탁인증관리위원회에 개원의 대표 위원을 추가해줄 것과 함께 검체검사료와 관리료의 적정 수가를 책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의료계는 수탁검사료를 명문화하기보다는 기존처럼 시장에 맡겨두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선 개원의는 "복지부 고시안은 검체검사에 대해 사실상 수탁기관이 90% 이득을 취하도록 돼 있다"면서 "앞서 시장논리에 맞게 적용 중인 할인율이 있는데 이는 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검체검사 과정에서 위탁기관 즉,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검체를 채취하고 수탁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결과를 받은 후에도 환자에게 안내하고 설명하는 역할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검체검사료 90%가량을 수탁검사기관이 취할 수 있도록 한 기준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애기다.

또한 일선 의료기관에서 실시하는 검체검사 종류는 다양하다. 코로나19 진단검사의 경우는 검체검사료 상당부분이 수탁기관에 돌아갔지만 채혈 등 일선 의료기관에서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검사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식으로 천차만별이다.

해당 개원의는 "엄밀히 말하면 상대가치연구를 통해 검체검사별로 할인율 비율을 정해야한다"면서 검사별 특성을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는 "기존까지는 할인율 70%이상에 한해 패널티를 줬던 것과 달리 행정예고를 통해 복지부가 할인율에 따른 벌점을 명문화하면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봤다.

그는 검체검사의 종류부터 의료기관별, 의료진별로 천차만별 다른 특징을 고려해 검체검사료를 시장에 맡겨뒀던 것을 일괄적인 수치로 명문화함으로써 경직되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일선 검체검사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행위를 반영하지 않은 셈"이라며 "현재 고시안대로라면 의료계는 규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고시안 행정예고와 관련해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얘기는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해당 고시안은 법제처 국조실 규제심사까지 마친 상태로 의료계 요구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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