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직역 간 마찰로 비화했다. 응급구조사들은 이 같은 발표에 환영과 더불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이지만, 임상병리사들은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전날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안)이 담긴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응급구조사와 임상병리사 간의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양측 모두 간호법 저지를 위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에 동참한 상황이어서 향후 협력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안)은 응급구조사가 병원 응급실 등에서 실행할 수 있는 9종의 새로운 업무를 담은 안으로, 복지부는 이를 내년 하반기부터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중 논란이 된 것은 '정맥혈 채혈', '심전도 측정 및 전송'을 추가하는 안이다. 이에 대해 임상병리사들은 응급구조사 면허 범위로는 이 같은 업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이는 정부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 지난달 30일 복지부 발표에 앞서 집회를 열고 이 같은 조정안이 통과될 경우 보건의료체계가 붕괴한다고 규탄했다. 응급실이라고 해도 적정 면허자인 임상병리사를 제쳐두고 응급구조사가 업무를 대신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은 "임상병리사는 정규 대학 교과과정을 거쳐 보건복지부에서 인정하는 면허를 취득한 의료기사이지만 응급구조사는 이런 면허가 없는 자격증 소지자"라며 "만약 이번 업무 범위 확대가 결정되면 결국 불필요한 의료비용 지출 증가의 피해뿐만 아니라 국민의 보건과 의료 향상에도 기여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정부 안은 직역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응급상황에서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절차 역시 적법한데, 법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의 적절성을 조사하고, 중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업무 범위 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복지부는 이를 위해 2020년 12월 관련 연구용역 및 119구급대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32개 유관단체·기관, 전문위원회를 통해 검증 및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는 것. 또 응급구조사협회는 중앙응급의료위원회 역시 이 같은 업무 범위 확대가 "응급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응급처치를 통한 환자 생존율 및 경과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응급구조사협회는 "여러 원인으로 인해 제한적이던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가 24여 년 만에 개선을 앞두고 있다"며 "이는 1995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시행과 함께 탄생한 응급구조사 직군으로서 주어진 소명을 위한 시작이고, 결코 직역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는 응급상황에서 응급환자에게 시기적절하고 필요한 응급처치를 제공하기 위함이다"라며 "임상경험을 통해 단련한 술기로 우리 응급구조사는 앞으로도 국민이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곁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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