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자궁내막암 발생빈도나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위험성 자궁내막암 환자 역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발률과 재발 이후에도 사망률을 낮추는 치료 옵션의 등장은 긍정적이다."
크게 자궁경부암, 난소암, 자궁내막암으로 구분되는 부인암 영역에서 자궁내막암의 존재감이 커지며 치료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지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조기검진 및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고 난소암의 경우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자궁내막암 발생 빈도 및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
실제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에 자궁체부암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모두 2만3262명으로 2017년 1만7421명 대비 약 33.5% 증가하는 등 최근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전체 환자 모수가 늘어나는 만큼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고위험성 자궁내막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는 게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유영 교수의 설명.
그는 자궁내막암 치료 옵션이 늘어나고 있어 적절한 치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자궁내막암 환자 10명 중 7~8명은 조기에 진단되고, 수술을 통해 상당히 좋은 예후를 보인다.
문제는 남은 2~3명의 환자 중 재발 진행성 자궁내막암이거나, 초기라 하더라도 세포 형태가 불량해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재발 시 사망률 또한 높다는 점.
즉, 전체 자궁내막암 환자의 증가로 인해 고위험성 자궁내막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률도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자궁내막암 환자의 90%는 초기 증상이 있고 수술을 통해 높은 확률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4명 중 1명은 진행성 또는 세포 형태가 불량한 고위험군으로 전신 재발 가능성이 높다"며 "수술은 치료 방법으로 수술 후 병기 평가가 이뤄지고, 현미경으로 위험인자가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 치료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기지만 불량한 세포 형태를 보이는 환자 또는 재발성 혹은 진행성(3기, 4기) 환자들은 수술을 통해 기본적으로 병변을 제거하더라도 확률적으로 현미경적 병변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암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항암 치료를 하더라도 환자의 절반 이상은 재발을 경험하거나 질환이 재발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제한적이었던 상황.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전에는 수술 이후에 썼던 항암제를 제외한 다른 항암제로 치료를 진행했지만 대부분 세포독성 항암제로 효과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며 "세포독성 항암제의 반응률은 10% 내외(최대 20% 미만)로, 10명 중 1~2명에서 효과를 보이는 반면 부작용은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암 2차치료 새 옵션…효과‧부작용 긍정적 평가"
하지만 최근 자궁내막암 2차 치료에서 새로운 옵션이 등장하면서 치료환경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해 말에 허가를 받은 PD-1 저해제 젬퍼리(성분명 도스탈리맙) 역시 그 중 하나다 .
젬퍼리는 이전 백금기반 전신 화학요법의 치료 중이거나 치료 후 진행을 나타낸 재발성 또는 진행성 불일치 복구결함(dMMR)/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MSI-H) 자궁내막암이 있는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허가의 근거가 된 GARNET 연구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45.5%였으며 치료 반응 환자의 83.7%가 2년 넘게 반응을 유지 중인 것으로 보고됐다.
또 아직 국내에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지난 달 말에 공개된 RUBY 연구에서 재발성 자궁내막암 1차치료에 기존 표준요법인 백금기반 화학요법(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에 더한 젬퍼리 병용 효과를 확인한 결과 유효성을 입증하며 진행성/재발성 자궁내막암 1차치료에서 새로운 표준요법의 탄생을 예고한 상태다.
국내 임상현장도 가장 최근에 허가를 받은 치료제라는 점과 후속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있는 모습.
이 교수는 자궁내막암이 재발이 많고, 재발 시 사망률이 높다는 측면에서 젬퍼리의 재발률 감소와 재발이후에도 사망률을 낮춘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젬퍼리는 50%에 가까운 반응률을 보여 유효성을 입증했고, 부작용으로 약을 중단하는 경우도 8.5%에 불과해 부작용 관리 측면에서도 좋은 데이터를 보여줬다"며 "3주마다 진행되는 세포독성 항암치료와 달리 젬퍼리는 처음 4회를 3주마다 투여 받고, 이후 6주 간격으로 병원에 방문해 환자의 불편함을 덜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 교수는 "RUBY 연구는 dMMR/MSI-H 환자군에서 병용 시 무진행생존율은 72% 개선하고, 전체 환자군에서도 36%에게서 개선효과를 확인했다"며 "이를 통해 초기 치료의 강점인 완치 목적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은 물론 1차치료 옵션으로서의 확대 가능성을 보인 것"이라고 주목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약이 그렇듯 이러한 임상적 효과가 환자들의 혜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제약업계에 따르면 젬퍼리는 최근 급여신청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 역시 급여 등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재 적응증 특성상 바이오마커를 보유한 환자를 중심으로 선택적인 급여 적용방식의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dMMR/MSI-H와 같은 바이오마커를 보유한 환자를 선별해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이 진행될 것"이라며 "젬퍼리의 급여등재를 위한 임상근거는 이미 충분한 만큼 정부기관에 급여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이를 위한 의료진의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최근 자궁내막암 치료 분야에서 분자병리학적 특징이 밝혀지면서 여러 임상 연구 및 새로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치료 옵션들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은 환자들의 임상적 혜택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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