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의료기관에게 3년 넘도록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은 요양급여비 청구 '대혼란' 시기였다. 수시로 바뀌는 코로나19 급여기준을 놓치면 한순간에 급여 청구 '누락'으로 이어져 받아낼 수 있는 요양급여비를 못 타는 상황에 맞닥뜨리기 십상. 바꿔 말하면 요양급여비 매출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경기도 화성시 A병원은 코로나19 야간간호료 청구를 상당 기간 하지 않은 데다 신종감염병증후군 관련 감염예방관리료도 청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컨설팅으로 확인한 재청구 가능 금액은 1억8000만원에 달했다. 2020년부터 2022년 10월까지 약 1년 10개월 동안 발생한 누락 청구 액수다. 이마저도 진료비 청구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통해 발견한 것으로 업체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면 놓쳤을 금액이다.
야간간호료는 2021년 1월 11일부터 지난해 5월 22일까지 적용된 수가로 코로나19로 격리 입원한 환자를 간호할 때 받을 수 있다.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른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신고한 기관에 한해 산정 가능한데 간호사의 야간근무를 증빙할 수 있는 근무표 등을 작성, 비치해야 한다. 감염예방관리료는 코로나 확진, 의심 환자 및 조사대상 유증상자를 격리해 입원진료 했을 때 받을 수 있다.
잦은 고시 변경으로 관련 수가가 있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급여청구 자체를 놓친 의료기관도 있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코로나 진단부터 치료까지 담당하는 '원스톱 진료기관' 제도를 운영했다. 이들 기관이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확진된 환자에게 당일 대면진료를 하면 '통합진료료'를 추가로 지급했다. 지난해 7월 만들어진 수가인데 서울 한 이비인후과 원장은 1년 가까이 된 현재까지도 '통합진료료'라는 수가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김주환 의무이사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수가 신설 및 급여기준 변경이 유난히 심했다"라며 "수시로 생기고, 수시로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면 그냥 받을 수 있는 수가도 못 받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기관업무포털 공지사항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코로나19 관련 내용은 약 174건이다. 3년 동안 의료기관이 챙겨봐야 할 내용이라는 소리다. 앞서 예로 든 통합진료료 관련 공지만 보면 10개 정도인데 모두 지난해 7월 27일 이후 약 1년 사이에 나온 공지다.
건강보험 급여 청구 놓치는 일 비일비재
잦은 고시 변경으로 급여 청구 기회를 놓치는 현상은 비단 코로나19 상황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 이후 의료기관이 챙겨야 할 정보의 양은 더 많아졌다.
통상 의료기관은 급여기준 변경 내용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의치 않다면 진료과 의사회나 지역의사회 홈페이지에서 핵심 내용을 챙겨 볼 수도 있다. 의사회 보험이사들이 급여기준 변경 내용을 대표로 수집해 공유하는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급은 규모가 크다 보니 심사만 전담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전담 직원만 수십명에 달할 정도다.
반면 동네의원은 심사만 전담하는 직원까지 따로 두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 원장이 환자 진료도 보고 심평원, 복지부 홈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하며 급여기준을 확인하는 노력까지 스스로 해야 한다. 청구 과정에서 청구코드가 바뀌지는 않았는지, 비급여인데 급여로 잘못 청구한 항목이 있지는 않은 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추후 착오청구로 인한 급여환수, 더하게는 현지조사로 인한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는 상황에 놓인다. 그제서야 "억울하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병원급은 급여비 청구 금액 자체가 워낙 크고 여러 가지 규정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직원을 따로 두지만 개인 의원에서 일일이 챙기기에는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라며 "의원급은 원장이 직접 챙겨야 하니 급여기준 등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할 수밖에 없다. 억울하다는 주장이 개원가에서 유난히 많은 이유"라고 현실을 이야기했다.
현실이 바뀌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청구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시로 나오는 고시는 의료기관이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항목 중 하나가 됐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금석 보험이사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진료만 하고 싶은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라며 "솔직히 15~20년 전만 해도 보험 청구를 몰라도 살 수 있었다. 현재는 급여 청구를 할 게 워낙 많아졌고 시범사업도 다양하다. 문재인 케어, 코로나19 과정에서 특정내역에 따로 기입해야 할 내용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급여와 비급여 구분이 6대 4 정도였다면 지금은 10대 0일 정도로 급여권에 많은 항목이 들어와 있다"라며 "매번 정부 기관 홈페이지를 확인하기는 힘든 일이니 진료과의사회, 지역의사회 공지사항이라도 꾸준히 확인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새는 급여 매출 막기 위한 의료기관들의 방책은?
그렇다면 쏟아지는 급여기준 속에서 제대로 급여 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부 의료기관은 별도의 비용을 들여 심사청구 컨설팅을 받거나 EMR 업체에서 제공하는 청구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식의 방법을 쓰고 있다.
급여 청구에 쏟아야 할 시간과 신경을 덜 수 있고 급여기준 변경 확인에 대한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적어도 급여기준을 놓쳐 급여 청구를 놓치는 일 만큼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환 이사는 "고시가 어떻게 바뀌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너무 루틴으로 급여 청구를 하는 경향이 사실 있다"라며 "급여청구 전에 점검해주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진료비 컨설팅 업체나 EMR 업체와 연계된 청구 프로그램 활용 방식이 있겠다. 진료만으로도 바쁜 상황에서 급여 청구에 대한 신경을 그나마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크뷰의원 조성균 원장은 "진료비 청구 컨설팅을 받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급여 체계에서는 시간이 곧 돈인데, 급여 청구에 쏟아야 할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행여나 발생하는 심사 조정 우편물을 받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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