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장기화 상황에서 수년째 수면 아래 있던 '의료일원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까.
지난 8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료대란 대책으로 의료일원화 카드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10일 의료계 복수 관계자들은 "평상시라면 몰라도 현재 상황에선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의대증원 정책을 강행, 의료계와 감정의 골이 깊은 상태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해도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사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료일원화'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한의대를 의대로 흡수 통합하는 방안 등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2004년 대한의사협회 내 의료일원화 특별위원회를 운영, 의사와 한의사 면허통합을 추진했다.
부족한 의사인력 확보방안으로 기존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흡수시키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이 거론됐지만 논의에 그친 채 흐지부지됐다.
의학계 한 원로 교수는 "2000명 의대증원 발표 직후 의학계 일각에선 차라리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흡수하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다"면서 "다만, 2000명 증원을 두고 추가로 해당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의사협회가 2년간 추가교육을 받고 의사면허를 발급받아 지역 공공의료 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제안한 지 일주일 채 안된 시점에서 '의료일원화'가 거론돼 의료계는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의료계 한 인사는 "한의사에게 2년 추가 교육을 통해 의사면허를 달라는 제안이 나온 상태에서 차분하게 의료일원화 논의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의료일원화는 가야할 방향이라는 것에는 상당수 공감하는 모양새다.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의학 선진국에서 의사, 한의사 면허를 구분하는 국가는 없다"면서 "한의사 면허제도를 없애고 의사면허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충분히 논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면허제도 하에서도 의사, 한의사 동시에 2개 면허를 보유했더라도 둘중 하나의 면허로만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합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덧붙였다.
의학계 원로 교수 또한 "전 세계적으로 한의과대학을 별도로 두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의사면허로 흡수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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