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6회] 국내 최초 이식 검사 전문 외래 진료를 시행하며…

은평성모병원이 개원하면서 병원 안에 병원으로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이 설립되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국내 최초로 이식 검사 관련 진료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외래를 개설하였습니다. 이 외래에서는 이식을 받은 환자들이 이름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식 관련 검사들의 의미와 결과를 쉽게 설명하고, 궁금한 점에 대한 질문도 받고 상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기이식을 받으려면 여러가지 검사를 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검사로 꼽히는 것이 ‘조직적합성 관련 혈액검사’입니다. 이 검사는 환자와 기증자의 장기가 얼마나 잘 맞는지 확인하는 데 필수적인 검사입니다. 특히 국내 뇌사자 이식대기자에게 시행하는 ‘조직적합성 관련 혈액검사’의 대표적인 두 가지 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조직적합성 항원형 검사(HLA 검사)로 사람마다 ‘조직적합성 항원(HLA, Human Leukocyte Antigen*)’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이식받을 뇌사자 장기와의 면역 반응 체계와 관련된 유전자입니다. 이식할 장기가 잘 맞는지 확인하려면, 뇌사 장기기증자와 환자의 HLA 유형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현재 뇌사자 장기이식 대기자분들의 HLA 형을 미리 검사하여 확인하고 뇌사자 발생 시 대상자와 HLA 검사 결과를 비교하여 일치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항체 검사(PRA 검사, Panel Reactive Antibody 검사)입니다. 이 PRA 검사는 환자의 몸에 이미 만들어진 다른 사람의 HLA 항원에 대해 반응하는 항체가 있어 뇌사자 장기를 거부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PRA 검사에서 환자가 이미 특정 HLA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고 그 항체가 뇌사기증자의 HLA 형과 반응하는 항체이면, 이식 후 항체에 의한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PRA 검사 결과로 cPRA(calculated PRA) 수치를 계산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많은 뇌사기증자와 면역학적으로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이식대기자 검사에서 cPRA 수치가 높은 환자를 ‘고감작(highly sensitized)’ 상태라고 하며, 고감작 환자는 기존에 여러 번의 수혈, 임신, 장기이식 경험 등으로 인해 면역 체계가 이미 높은 수준의 HLA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환자들은 적합한 뇌사자 장기를 찾는 것이 어려우며, 장기이식 후 항체 매개 면역거부반응(AMR, Antibody-Mediated Rejection)이 발생할 위험이 높습니다.

이러한 고감작 환자들에게 치료적 혈장제거술(TPE, Therapeutic Plasma Exchange)은 항체 농도를 낮추어 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중요한 면역 조절 치료법으로 ABO 혈액형 부적합 장기이식에서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TPE는 혈액 내 고농도로 존재하는 항체를 제거하여 고감작 환자들의 면역학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혈액 내 혈장(Plasma) 속의 항체를 제거한 후, 새로운 정상 혈장 또는 알부민 같은 대체 용액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은평성모병원에서는 이러한 이식과 관련된 검사 및 고감작 환자분들의 안전하고도 성공적인 이식을 위한 치료법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이식 관련 검사는 이식 성공률을 높이고,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병원 이식 검사 외래에서 만난 환자분들이 검사 결과 숫자 하나하나에서 느끼는 간절한 소망을 알기에, 앞으로도 이식과 관련된 검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더 쉽게 설명해드림으로써 환자분들이 본인의 상태를 충분히 이해하고 성공적인 이식관리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주>HLA(Human Leukocyte Antigen)는 일반적으로 흔하게 사용되는 명칭이며, 공식적인 명칭은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