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7년 만에 의사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 같다.
일반 국민이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내용만을 놓고 보았을 때, 의사들이 임시휴업을 하고 거리투쟁까지 나서는 이유가 잘 납득되지 않을 수 있다.
쟁점 사항 중에 의료행위의 정의에 투약을 포함시키는 문제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그리고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간호진단을 포함시키는 문제는, 의사들이 너무 지나치게 반응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보수교육 강화가 10년마다 면허를 갱신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보건복지부는 분명히 밝히고, 문제가 되었던 조항도 삭제하였다.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에 대한 처벌조항에 대해서까지 반대한다면 의사들의 양심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비추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를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입원실이 있는 의료기관에 당직의료인을 두는 것은, 재정적인 지원만 인정된다면 무조건 반대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표준진료지침도 보건복지부가 아닌 전문 학회가 주도적으로 제정하는 쪽으로 개정된다면, 이를 반대할 명분이 크게 떨어진다.
설명의무에 관한 내용은 문제점이 많으나,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는 느낌이 든다. 유사의료행위를 반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는 의사들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국민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그러나 의사들의 거리투쟁을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모자라다. 치과의사나 한의사들은 가만히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의사들의 반대투쟁을 현행 의료체계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불만의 핵심은 바로 국민건강보험제도이고, 그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가 의사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발생하였던 임의비급여 사례에 있어서와 같이,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불합리한 건강보험제도로 인하여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는 물론 교과서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재량권까지 침해당하고 있다.
그로 인하여 의료현실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그러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표준진료지침까지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얼마 전에 통과된 의료법은 모든 신의료기술에 대해서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의사들의 재량과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의료법을 개정한다고 하였지만, 의사들은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여러 가지 의무 규정이 신설되고, 간호사들에게 간호진단을 허용하면서, 더 나아가 유사의료행위까지 허용하겠다고 하니, 가만히 있을 의사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다고 개정한 내용들은, 의료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부분의 의사들은 반대하고 있다.
사태가 더욱 악화된 데에는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의료법 개정 작업을 너무 급하게 진행하였고, 대한의사협회는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응하였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 워낙 많아서, 충분한 협의를 통한 개정안 마련이 어려웠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34년 만에 시도되는 의료법 전면 개정작업인 만큼 좀 더 심도 있는 검토와 토론 과정이 필요했었다고 생각한다.
매주 의료법률칼럼을 게재하는 현두륜, 최재혁 변호사는 메디칼타임즈 독자들을 위해 법률상담서비스를 실시합니다.<상담 전화:02-347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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