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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개혁, 의료개혁 되풀이 말아야

발행날짜: 2024-12-23 05:00:00

의료경제팀 김승직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실손보험 개혁 동력이 상실됐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 의견 수렴을 위해 열기로 했던 공청회도 연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안에 발표하려고 했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의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보험업계에서 이를 끝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와중에 의료계 몽니가 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선포에 반발한 의사들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이탈한 것을 겨냥한 지적이다.

보험업계 요구는 과잉 진료 우려가 있는 비급여 항목을 제한하고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악화한 실손보험 손해율을 개선하고,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손보험으로 인한 과도한 의료 이용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악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 등도 여기 힘을 보태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거절이 급증하는 상황이 눈에 띈다. 같은 날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4년 3분기까지 기관에 접수된 실손보험 피해구제 신청은 총 1016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21년 93건이었던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2022년 301건, 2023년 364건으로 급증했다. 올해엔 3분기 동안 258건이 접수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 시선은 곱지 않다. 이미 보험사 차원에서 과도한 비급여 항목을 제한이 이뤄지고 있는 셈인데, 보험업계는 정부를 통한 '옥상옥' 규제를 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개인과 보험사 간의 계약인 민간영역에 정부가 손을 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실제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실손의료보험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실손보험 개선을 위해 시행해온 정책 중 의료 공급자와 이용자를 위한 것은 매우 부족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연구는 의사 8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이뤄졌는데, '실손보험사로부터 진단서에 대한 소명 공문 또는 합의 요청 경험을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2.7%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이 중 68%는 진료기록을 더욱 자세하게 써서 보험사에 보냈다.

이에 적절한 실손보험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질문 중 '의사의 진료권 침해 상황에 대한 민원 금지 등 진료환경 개선'이 30.4%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실손보험 관련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료 공급자와의 긴밀한 논의와 협의가 꼭 필요하다는 요구다.

이처럼 의료계 역시 실손보험으로 인한 과도한 의료 이용 문제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소통이 없었다는 게 불만이다.

과도한 의료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필요한 의료와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정책 결정 과정에 의료 공급자와 이용자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의료계 주장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료계를 들러리 세우는 듯한 의개특위 구성이나, 의료계를 개혁의 걸림돌 취급하는 태도가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이는 의료 개혁의 데자뷔로 보인다.

의사 수요는 입력값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어서, 과학적인 추계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부 의대 증원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쳤는지, 각계 의견 수렴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소통 없이 추진된 의대 증원은 지금의 파국을 만들었다. 실손개혁은 이를 반면교사 삼은 개혁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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