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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판례칼럼

한방 치료를 둘러싼 보험사와의 갈등

오승준 변호사(BHSN 대표)
발행날짜: 2024-12-16 05:00:00

치료냐 과잉이냐, 한방 치료를 둘러싼 보험사와의 갈등

한방 의료와 보험사의 갈등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입원 치료비의 과잉 여부를 비롯해 비급여 진료 항목과 보험금 청구를 둘러싼 분쟁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한방 치료가 국민의 선택권과 치료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필수 의료 행위라는 주장과, 이를 과잉진료 또는 보험사기로 간주하는 보험사의 시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오늘은 그 법률 분쟁의 구체적 양상과 핵심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휴업손해금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보험사들은 몇 년 전부터 종종 피보험자들에게 지급된 휴업손해금을 돌려달라고 한방병원에 반환청구를 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환자의 입원일수를 사후에 감액한 것을 근거로 한다. 문제는 소송 금액이 몇 백만 원대의 소액인 경우가 많아, 병원이 변호사를 선임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직접 소송을 진행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아깝다는 점이다.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합의에 응하는 병원들이 늘어나면서 보험사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 법무법인의 거래처 한방병원들도 애매한 소가의 소장이 접수되었을 때, 직접 소송을 수임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서면만 점검해드리고 있다.

다행히도 보험사들은 입증을 위해 진료기록감정을 신청한다거나 기타 의학적으로 설득력있는 자료를 제시한다기 보다는 심평원의 삭감 자체를 근거로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재판부에서는 한의사의 입원 필요성 판단을 존중하는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소2060404 판결에서 재판부는 “의료인의 입원 결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하며, 심평원의 감액만으로 입원이 과잉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진료 현장의 상황과 환자의 상태를 고려한 의사의 결정을 더 무겁게 평가하는 주류 판례의 흐름과 일치한다.

첩약과 관련한 형사 고소

첩약 처방은 한의학 진료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형사 고소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복처방이나 약속처방에서 차트에 첩약 수를 잘못 기재하는 단순 실수조차 보험사로부터 꼬투리를 잡혀 형사 고발로 이어진다. 프로그램상 “첩수”와 “팩수”를 입력할 때 발생하는 자동 입력 오류, 환자에게 제공한 첩수와 차트 기재 불일치, 사전 조제로 오해받는 상황 등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 고의가 아닌 단순 실수였을 뿐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검찰 송치나 압수수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방병원이 입증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수사기관에서 아닌 단순 오기임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전자차트 프로그램의 오류를 정확히 설명하고 투명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작은 실수가 억울한 처벌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스템 개선과 진료 기록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상급병실료에 관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

최근 들어 상급병실료와 관련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당했다는 상담이 빈번하게 들어오고 있다.

상급병실료를 둘러싼 보험사와의 갈등은 병실 운영 기준에서 비롯된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일반병실을 반드시 운영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는 없으며,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따르면 일정 비율 이상의 일반병상을 갖춘 경우에만 상급병실료를 비급여로 청구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병원이 병실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하는지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가 간섭할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일반병실을 갖추지 않고 2인실이나 3인실만 운영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진료비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에 따라 정당하게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보험사들은 최소한 남녀별로 1개씩의 일반병실을 운영하고, 그 병실이 모두 사용 중일 경우에만 “일반병실이 없어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병원 측은 지금까지 심평원의 심사를 통해 문제가 없었던 상급병실료를 이제 와서 일률적으로 부당하다며 삭감하거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보건복지부, 법제처, 심평원,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 등 관련 기관들의 해석이 일관되지 않고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결국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명확한 결론이 내려져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원일수 불인정에 따른 보험금청구 소송

한방병원의 입원일수가 심평원에 의해 불인정되면, 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고 결국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송으로 이어진다.

보험금이 삭감되었을 때 분쟁을 해결하는 첫 관문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이하 ”심의회”)다. 이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9조 제3항에 근거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이의제기를 해야 하고, 결과 통지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심의회에 심사를 청구하지 않으면 해당 심사결과에 합의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심사청구 시에는 분쟁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심사청구 접수비용을 예치해야 한다. 만약 심의회에서 청구인의 주장이 인정되면 예치비용은 반환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반환되지 않는다. 이러한 비용 부담이 심사청구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중 하나다.

실무에서는 심사청구를 거친 후 소송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심사청구 비용과 절차의 번거로움 때문에 의료인들이 분쟁조정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재산권과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다만, 최근 판례에 따르면, 심의회를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이를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등장하고 있다. 법원은 심평원의 감액 결정이 반드시 의사의 입원 필요성 판단을 뒤집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보며, 환자의 입원이 불필요했음을 입증해야 할 책임은 보험사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나37744판결 등).

입원 치료의 필요성은 의사의 재량권에 속하며, 심평원의 기준이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고 보더라도 입원 치료가 반드시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입원 기간 삭감과 관련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철저한 진료 기록과 입원 필요성에 대한 의료적 근거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환자의 입원 경위와 진단 방법, 치료 과정을 상세히 입증해야 할 것이다.

기타 보험사기 형사 사건들

보험사와의 갈등은 형사 고발로도 번진다. 내원하지 않은 환자의 보험금 청구 서류 발급, 허위 진단, 환자의 실손보험에 맞춘 진료 등이 주요 논란거리다.

특히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을 분석하여 보장 범위 내에서 진료를 설계하는 “환자의 편의를 고려한 맞춤형 진료” 또한 보험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데, 환자를 허위진단 하지 않는 이상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지나친 확장 해석이다. 나는 이러한 진료가 죄가 아니라고 보지만, 보험사의 지속적인 고발은 의료인을 위축시키고 있다.

진료기록부의 허위 기재와 같은 명백한 불법 행위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놓인 사례들은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맺음말

한방 의료와 보험사의 갈등은 단순한 분쟁을 넘어 의료인의 진료권과 환자의 선택권을 둘러싼 중대한 법적 이슈다. 불행히도, 일부 비도덕적인 의료기관의 과잉진료가 이런 갈등의 불씨를 제공해 왔다. 특히 교통사고 분야에서 한방 과잉진료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게 형성된 만큼, 자정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의료인의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한 진료에 대해 억울한 소송이나 고발을 당했다면, 철저히 준비하고 적극 대응해 부당한 처벌을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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