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비필수의료에 대한 보장을 축소하는 현 정부 정책이 의료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고갈 위기라며 민영보험을 확대하는 정부 정책은 소득에 따른 의료 격차를 키운다는 우려다.
19일 더불어민주당 더좋은미래·더미래연구소는 '보건·복지 공공의료 확충, 돌봄복지국가 실현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녹색병원 부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상의료비는 2023년 기준 1인당 연간 470만 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다. 반면 건강보장 재정보장률은 61%로 비슷한 지불제도를 가진 일본의 84% 비해 낮다.
더욱이 보장률을 높이기 위한 시장공급에 한계가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공공의료 비중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실정이라는 것. 실제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 비율은 9.6%로 미국 21.3%의 절반도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올해부터 적자에 돌입하는 등 재정파탄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2년 필수의료와 재난적의료비 등에만 건강보험을 투입하는 재정 긴축을 선언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이 같은 정부의 필수의료 프레임이 의료민영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봤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이유로 필수의료에만 재정 여력을 집중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경증·비필수의료를 지불 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공급하도록 민간으로 넘기자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비대면 진료 활성화 역시 의료민영화를 위한 맥락이라고 짚었다. 이를 통해 고비용 중계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떨어지는 이유를 비급여 진료 탓으로 돌리는 정부 주장도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상의료비 증가 상황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은 이 같은 '이중구조'가 아니라는 것. 낮은 공공지출을 높여 과도한 민간부분지출을 줄여야 함에도, 정부는 이 같은 계획을 수립할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 위원장은 "수익성이 낮고 지불능력 외의 건강보험 진료량을 증가시키는 경증환자 대상 긴축에 대략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보험 재정 및 보장 확대를 중단하고 민영보험이 비급여영역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중구조를 고착·확대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장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면서 의료민영화 논란을 벗어나고자 필수의료를 제기하고 여기 정치권, 주요 학자들과 언론이 조응한 결과 실손보험 청구간소화가 국회를 통과했다"며 "이후 민영보험 활성화를 위한 각종 조치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이중 보험 구조 국가의 예시로, 정부 공영보험과 사기업 민영보험을 운영 중인 칠레를 들었다. 칠레 공영보험은 모든 국민이 가입할 수 있지만, 공공병원 및 일부 사립병원에서만 이용할 수 있으며 대기 시간이 길다.
반면 민영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소득의 최소 7% 이상을 보험료로 납부하고, 높은 질의 민간 병원과 클리닉을 짧은 대기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칠레는 부유층과 빈곤층 간 의료 서비스 격차가 큰데, 민영보험에 가입했다고 해도 나이가 들면 보험료 증가 및 가입 거부로 공영보험에 몰리는 문제가 있다. 결국 공영보험이 계속 과부하되면서 서비스의 질이 더욱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
더욱이 민영보험을 운영하는 것은 영리 기업이기 때문에, 보험사 수익성을 위해 보장 범위를 축소하거나 보험료를 높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공보험 강화야말로 정부가 말하는 '낭비 없이 필요 영역을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대부분 낭비는 의료 공급자가 유발하는 것으로, 특히 급여진료 외의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급여진료에서 생기는 재정 누수보다, 비급여영역에서 생기는 낭비가 훨씬 크다는 것.
그는 "비급여영역 낭비는 관리는 물론 추적관찰도 거의 불가능하다. 가격고시와 행위량 통계를 마련하더라도 통제될 가능성이 적고 그럴 필요도 없다. 오히려 이를 위한 시도 자체가 또 다른 낭비"라며 "한국의 총의료비에서 낭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 대부분을 급여로 전환해 급여 내에서 통제하는 방법뿐"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를 위한 제언으로 공공클리닉, 임대형 공공의원, 임대형 공공병원 등 광범위한 공공의료 공급을 위한 계획이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의료를 지역완결형 의료전달체계 및 의료취약지 필수의료서비스의 일환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
또 이를 이를 공공의료기금, 지방보건의료 의무교부금, 주치의제,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등의 정책과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의료정책은 철저히 대형병원 중심 의료산업 개편 논의로 진행됐다. 그 결과 사회적 합의 없는 2000명 의대 증원, 공공·지역의료 없는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혁,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비대면진료 활성화 정책으로 귀결됐다"며 "반면 한국 건강보험은 다른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공보험답지 않은 이행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장률과 공공병원 비중을 보면 OECD 꼴찌 수준이며, 가까운 일본과 대만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며 "이런 공공의료와 공적보험 부실로 인해 제대로 된 의료공급 구조개혁과 건강보험 강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빈틈을 타고 민영보험과 영리적 민간의료기관이 범람하는 상황이다. 이제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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