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22년)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자는 전국 통틀어 23명. 대형 대학병원의 대표주자인 빅5병원 중에서도 1년차부터 4년차까지 채우지 못한 수련병원이 부지기수다. 젊은의사들은 전공과목 리스트에 흉부외과를 제외한 지 오래다.
젊은의사들 사이에서 기피과 1순위. 하지만 힘차게 흉부외과 의사의 길을 걸어 나가고 있는 두 형제가 있다. 그 주인공은 세브란스병원 김지홍(형·92년생·영남의대), 김지훈(동생·95년생·대구가톨릭의대) 전공의. 메디칼타임즈는 근무를 마친 두 형제를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외래에서 만났다. 현재 형인 김지홍 씨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동생인 김지훈 씨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각각 근무 중이다.
마침 전날 당직 근무를 하고 퇴근한 지홍 씨는 전공의 하면 떠오르는 초췌한 모습 그대로였지만 "내일은 오프"라며 밝게 웃었다. 오프에는 오전에는 잠시 출근해 병동 환자 상태만 확인하고 퇴근해 낮 시간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두 형제의 스케줄은 대략 이렇다. 3년차인 지홍 씨는 오전 6시쯤 병동을 돌며 입원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것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7시부터는 교수과 함께 환자 상태를 토의하며 치료계획을 세우고, 전담 간호사와 상의까지 마치면 대략 오전 10시. 수술방에 들어갈 시간이다. 수술방을 나오는 시간은 대략 4시쯤. 주 80시간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이후 수술 일정은 배정하지 않는다. 수술방을 나와 당일 수술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내일 또 수술할 환자의 검사결과까지 확인하고 나면 오후 6시, 퇴근한다.
지홍 씨의 당직 스케줄은 '퐁당퐁당' 즉, 하루 퇴근하면 하루 당직하는 식이다. 이 또한 철저하게 주 80시간에 맞춰 시간표를 짠 것.
정해진 시간에 수련의 질을 맞추기 위해 흉부외과 전공의로서 환자의 수술 전 검사-수술-수술후케어까지 두루 경험하기 위한 최적의 커리큘럼을 짠 교수들의 고민이 담겨있다.
2년차인 지훈 씨의 스케줄도 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전 6시 30분 출근해서 병동 환자 상태 파악 후 교수과 함께 회진하며 치료 계획을 논의한다. 오전 10시 전후로 수술방에 들어가거나 수술이 없는 날에는 중환자실에서 중요한 처치를 하거나 초음파검사 등을 실시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오후 4시. 오후 회진을 돌고 병동 내 환자 상태를 확인한 후 6시 퇴근한다. 인터뷰를 하던 이날은 마침 응급실에 환자가 내원해 오버타임 근무를 했지만 지훈 씨는 "1시간 정도는 저녁 시간을 보내는 데 지장이 없다"며 웃었다.
실제로 지훈 씨는 전공의 1년차부터 애견인으로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홀로 자취하면서 쉽지 않아 보이지만 주80시간 근무로 퇴근시간이 일정하고 당근 근무 이외에는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받고 있어 가능하다고.
퇴근 이후 야간 콜은 없을까. 두 형제는 "아직까지 단 한번도 야간 콜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공의가 없더라도 야간에 펠로우 혹은 교수까지 순번제로 병원 내 당직을 서고 있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전공의까지 콜을 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전공의가 당직을 서는 날, 교수들이 야간 콜을 받는 경우는 허다하다. 지홍 씨는 "응급 환자 처치를 하는 데 판단이 안설 때 교수님께 전화하면 바로 해법을 제시해준다"면서 "타과의 경우 치프를 통해 교수와 연락하지만 흉부외과는 의사가 없다보니 바로 대화할 수 있어 더 많을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정답만 쏙쏙 뽑아서 배우는 느낌이라고 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전공의는 신촌, 강남 모두 합쳐서 총 3명. 두 형제가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의 미래를 이끌고 나가야 하는 셈이다. 이들은 "동료가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장점으로 꼽았다.
지훈 씨는 2년차이지만 흉부외과 술기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의사가 없어 단점이지만 반대로 다양한 술기를 두루 접해볼 수 있는 것은 장점"이라고 했다. 그 때문일까. 1년차일 때만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던 지훈씨는 스스로도 1년만에 할 수 있는 역할이 부쩍 늘었음을 피부로 체감한단다.
주80시간으로 수련 시간 단축에 따른 수련 시간은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지훈 씨는 "과거 전공의들이 하던 서류정리 등 업무는 전담 간호사가 맡아주면서 술기를 익히는데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더 많은 술기를 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두 형제는 처음부터 흉부외과를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다. 지홍 씨는 인턴 시절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려내는 교수를 롤모델로 삼아 흉부외과의 길을 택했다.
지홍 씨는 3년차가 된 지금도 임상현장에서 환자를 대하는 교수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술기도 중요하지만 환자와 눈빛을 나누면서 대화하고 불안한 마음까지 살피는 모습에서 진정한 의사의 역할을 찾아가는 중이란다.
동생 지훈 씨는 수술이 좋아 바이탈 과를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중 심장부터 혈관조영술까지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는 흉부외과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흉부외과 수련을 마치면 환자를 살려낼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두 형제는 외과 의사인 아버지와 진단검사의학과 의사인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바이탈 과 의사의 고단한 삶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생명을 살려내는 '희열'이 앞섰다.
타과 대비 업무 강도가 높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두 형제의 생각은 달랐다.
지훈 씨는 "전공의는 과를 불문하고 바쁘다. 어차피 주80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 한다면 그 시간을 불태우고 미래의 능력을 갖추고 싶다"면서 "그런 점에서 세브란스는 배우기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흉부외과 의사가 심장내과 투석부터 하지정맥류, 중환자실 진료까지 맡기 때문에 향후 진로의 폭이 넓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일선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설명회가 한창이다. 두 형제는 흉부외과 전공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의사로서의 '사명감'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의학적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과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한해 전국 전공의 지원이 23명인 상황이다보니 지원과 동시에 의과대학 교수의 길이 보장된 셈이다.
지훈 씨는 "편하게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진료하면서 비전을 만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흉부외과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지홍 씨 또한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체외순환, 심폐보조장치 등 다양한 흉부외과 시술을 요하는 환자가 늘었다"면서 "환자 수요가 늘어나는 데 의료인력 공급은 부족하다보니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전공이 세분화 되고 있지만 흉부외과는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과라는 점에서 경쟁력"이라며 "하지만 지레 겁먹고 망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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