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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기 칼럼]"기껏해야 본전?"(115호)

발행날짜: 2024-11-18 05:00:00

축구도 야구도 공격수가 있고 수비수가 있다.

없을 것 같은 배드민턴 복식조에도 가만히 보면 전위와 후위의 역할이 다르다.

그렇게 역할을 나누어 놓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니까 유지된다.

만약 역할을 나누어 놓지 않으면 동네축구가 된다.

동네축구는 공을 따라 '우'하고 몰려다니는 특징이 있다.

공따라 '우'하고 몰려다니면 선수들이 빨리 지친다. 효율적이 아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확율도 적어진다. 효과적이 아니다.

월클팀 일수록 작전이 중요하고 포지션과 그에 따른 역할이 중요하다.

어떤 작전으로 누구를 어떤 포지션으로 뛰게 하는 것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역할은 대충 공격수와 수비수로 나눈다.

공격수만 늘 주목받는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상관없다. 동네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골을 넣은 이가 주인공이다.

수비수는 관중과 같이 멀리서 박수를 보낸다.

반대로 수비가 뚫려서 골이 들어가면 비난의 화살이 꽂힌다.

그리고 수비수들도 '내 잘못이다'라고 자책한다.

그런데 승리는 공격수만큼 수비수가 잘해 주어야 가능하다.

공격수가 아무리 잘해도 수비가 뻥 뚫리면 말짱 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비수를 하이라이트하지 않는다.

카메라 앵글은 늘 공격수이다.

수비수에게 상을 주는 종목은 발견하기 힘들다.

그저 공격수를 하이라이트하고 공격수의 몸값만 천정부지다.

내가 스포츠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인가?

회사도 마찬가지다.

영업,마켓팅부서가 우선이다.

아니 지속을 위해선 영업이 우선일 수 밖에 없다.

어느 회사나 영업에 대한 보상과 인정프로그램은 차고 넘친다.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영업부원들을 독려한다.

연봉에서도 같은 경력인데 차이가 많다

그러다 보니 지원부서 보기를 우습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

지원업무에서 실수라도 나면 '난리브루스'다.

요즈음은 모든 것이 디지털 흔적이 남아 있다.

포렌식하듯 털면 지원부서의 누가 잘 못했는지 딱 나온다.

지원부서원들은 일을 해도

'기껏해야 본전이고 욕 안먹는 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축구의 수비수입장과 다르지 않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수비수를 위한 상으로 수비수들을 다독인다.

글러브를 끼는 순간은 모두가 수비수다.

MBL에서는 1957년부터 골드글러브상을 수여했다.

골드글러브는 투수, 포수,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9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해왔다

야구 9명의 포지션을 총망라한 것이다.

아마 인기비중으로 상을 준다면 투수8개, 나머지 8포지션 모두해서 1개 정도다.

2023년에 우리 김하성선수가 MLB의 골드글러브 유틸리티utility상을 받았다.

2022년에 신설됐으니 두번째 수상자다

이 상은 또 뭐지?

신문 소개 타이틀은 "내외야 통틀어 '만능' 1명 선정"이었다.

만능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1루자리면 1루수로써 역할이 빛나고

유격수에 자리하면 누구보다도 수비 잘하고

투수자리를 제외하고 모든 포지션을 다 소화한다.

심지어는 타격도 좋다.

감독으로 봐선 '와일드 카드'선수다.

프로야구역사가 148년인 미국에서 이제야 비로서 눈을 씻고 찾아낸 상이다.

그전에도 ‘와일드카드’선수는 넘처 있었다,

단지 그쪽에 야구인 전체의 눈이 안 갔을 뿐이다.

아주 늦은 감은 있지만 MBL에서는 이런 선수들까지 찾아내어 상을 준다.

회사에서의 지원부서 업무가 야구와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회사에서도 수비수들에게 관심의 눈을 돌여야 한다.

우리도 와일드카드같은 직원들이있다

삼성신경영을 선포할 때 나온 얘기가 ‘파이프이론’이다

야구로 보면 9명이 골고루 잘 해야 이기는 것이지

어느 한포지션이 ‘구멍’이면 게임은 진다.

마찬가지로 조직도 전부문의 역량의 폭이 거의 같아야지만 성과를 낼 수 있다.

영업, 생산이 잘 한다고 해도 각 지원부서의 역량의 폭이 들쑥 날쑥하면

그중 최고 낮은 역량폭을 보이는 부서,부문이 일한 만큼 성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우량기업일수록 ‘파이프’안의 폭이 넓고 크고 일정하고 병목현상이 없이 잘 통한다.

리더는 발란스다.

누구나 공격수에 열광한다.

그 '누구나'와 같이 리더가 열광하면 그것은 리더가 아니다.

하이라이트 뒷면까지 보는 사람이 리더다.

지원부서원들을 보면

영화 '친구'에서 동수(장동건)가 준석(유오성)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내가 니 시다바리가”란 대사가 자꾸 생각난다.

시다바리들이 있기에 주인공이 있다

유틸리티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이 자랑스럽고 그런 상을 만든 MLB가 부럽다.

부문,부서의 개수대로 골드글러브상을 주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부문,부서를 넘나들며 선듯 나서기 힘든 회사일을 척척 처리하는 ‘기특’한 직원을 찾아 ‘유틸리티’상을 주는 것은 어떨까?

사람의 본성은 ‘인정’에 목말라한다.

그 본성을 채워주면서 똑바르고 탄탄하고 막힘이 없는 ‘파이프’만들고

“내가 니 시다바리 아니고 주인공이다”란 의식변화를 가져오면

1석3조다.

리더라면 돌 하나 던저 세마리를 잡는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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