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회가 응급실 뺑뺑이를 방지하기 위한 환자 무조건 수용 등의 응급의료법 개정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응급의료 분야의 형사 처벌, 민사 손해 배상, 전문의 부족 등이 응급실 뺑뺑이 현상의 본질인만큼 '응급환자 무조건 수용 원칙'이라는 현행 응급의료법 조항보다 훨씬 더한 족쇄와 멍에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
24일 응급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개정 방향이 응급의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응급의료체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응급의료법 개정 추진에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앞서 김윤 의원은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응급환자 무조건 수용 원칙' 법제화와 응급환자 이송 시 필수적인 '수용능력 확인' 조항 삭제 등을 포함하는 개정 방향을 공개한 바 있다.
학회는 "정부는 2024년 9월 응급의료법 상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며 "이미 응급의료법 제6조에는 응급의료의 거부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같은 무거운 처벌 조항이 있는데 개정안은 이를 넘어서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환자 이송 시 반드시 필요한 수용능력 확인 조항을 삭제하자는 주장 역시 환자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 현재 전국 6곳에 설치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전원 조정과 중증응급환자 이송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중앙/권역전원조정센터 설치와 운영을 법제화하겠다는 주장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응급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의학적 지침이나 전문가 합의(consensus)로 고려해볼 수 있는 사안을 전원 수용에 대해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나, 최종 치료의 정의가 부재해 최종 치료 정의를 법제화하겠다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회 측 판단.
학회는 2인 1조 전담전문의 및 최종치료 당직전문의 인력기준 법제화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학회는 "이는 국내 응급의학과 전문의 전체를 응급의료기관에 투입해도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이라며 "최종치료 당직전문의 기준이 법제화될 경우 대다수 의료기관이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최종치료를 포기하거나 방기할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응급의료기관의 질적 평가를 의료 자원뿐만 아니라 진료 결과 및 질 향상 요소까지 포함해 확대하겠다는 제안도 현실 이해가 부족하다"며 "응급의료 분야의 형사 처벌 면제, 민사 손해 배상 최고액 제한과 같은 법적, 제도적 개선을 요구해 왔으나 오히려 현행 응급의료법 조항보다 훨씬 더한 족쇄와 멍에를 채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응급의료법 개정이 의료기관과 의료진을 옥죄는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현실적으로 응급의료 제공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회는 "응급진료전문의 수가 인상, 야간 및 공휴일 가산율 30% 확대 적용, 인상분의 진료 전문의 직접 지원 제도화, 응급의료기관 평가 지원금을 응급의료 장비 구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학회는 지역 내에서 완결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응급의료기관의 줄폐쇄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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